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선거제를 현행 ‘준연동형’에서 20대 총선까지의 ‘병립형’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이 커지면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당 이해관계, 어떻게 맞았나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원내 지도부는 비례대표 할당 방식 등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양당은 지역구 의원 선출과 관련해 1개 선거구에서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기존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비례대표는 3개 권역(수도권·중부·남부)을 나눠 선출하는 데 공감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비례대표 할당 방식이다. 지역구(총 253석)에서 정당 득표율만큼의 의석을 얻지 못했을 경우 비례대표(47석)에서 그만큼의 의석을 채워주는 것을 ‘연동형’이라고 한다. 지역구 의석이 적은 소수 정당에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제도다. 반면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수와 상관없이 총 비례 의석을 정당 득표율만큼 각 당이 나눠 갖는 방법이다.

2020년 총선에선 ‘준연동형’이 처음 도입됐다. 비례 의석 총 47석 중 30석은 연동형으로, 나머지 17석은 기존 병립형으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준연동형으로 바뀌면서 비례 의석을 덜 받게 되자, 각각 비례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양당 모두 ‘꼼수’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고, 정치권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당설에 흔들리는 민주당

국민의힘은 21대 총선 당시에도 준연동형에 반대했지만 민주당은 앞장서서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소수 정당에도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22대 총선과 관련한 선거제 개편 논의에서도 최근까지 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집해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병립형 회귀’를 요구했다. 국회의원 정수는 오히려 10% 줄이자는 주장도 내놨다.

흔들리는 건 민주당이다.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다. 최근 조 전 장관이 사실상 출마 선언을 했고, 이 전 대표 역시 올 연말께 신당을 창당해 대구에서 출마한다는 뜻을 밝혔다.

조 전 장관이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규합해 신당을 만들 경우 비례 의석 상당수를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20대 총선 때처럼 지역구는 민주당을 찍고 비례는 열린민주당을 찍는 식으로 투표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이준석 신당’도 민주당의 중도표를 일부 뺏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도 ‘이준석 신당’에 촉각을 곤두세우긴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선 비슷한 모델로 2016년 국민의당을 거론한다. 당시 ‘반문재인’을 내세우면서 탈당한 안철수 의원 등이 민주당 텃밭인 호남을 싹쓸이하며 지역구에서 25석을 차지했다. 정당 득표율도 2위를 기록해 비례 13석을 가져갔다. 지역구 선거에선 거대 양당을 앞서지 못해도 유의미한 정당 득표율을 얻어 상당한 의석수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거대 양당 입장에서는 불리한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양당 원내대표가 병립형 회귀를 위해 물밑 논의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다만 병립형 회귀가 현실화하면 야권에서 거센 반발이 일 전망이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병립형 회귀를 막는 데 국회의원직을 걸겠다”고까지 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