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못 버틴다" 잇달아 파산…중소기업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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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소기업 금리 9.8%로 17년만에 최고
기업 53% "지금 이자율로 대출 못받는다"
현금 사정 열악한 중소기업 타격 더 커
UBS "신용조건 열악…낮은 마진 경제 압박"
내년 금리, 현재 절반인 연 2.5%로 전망
기업 53% "지금 이자율로 대출 못받는다"
현금 사정 열악한 중소기업 타격 더 커
UBS "신용조건 열악…낮은 마진 경제 압박"
내년 금리, 현재 절반인 연 2.5%로 전망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중소기업들이 장비 구매 및 시설 확장 계획을 연기하고 채용을 연기하고 제때 대금을 돌려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아이오와주에서 티셔츠 공장을 운영하는 팀 로렌은 최근 5만달러짜리 디지털 프린팅 기계를 구매하는 계획을 연기했다. 로렌은 "내년 1~2월이면 일반적으로 매출이 둔화하는데, 대출 비용을 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이자비용을 내기 위해 올 봄까지 장비 구입을 멈추고 현금을 모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뉴욕주에 있는 정밀 판금 가공 회사인 이글메탈크래프트는 지난해 12월 광섬유레이저 절단기계를 주문했지만 제 때 물건을 못 받았다. 그 동안 대출 계약이 두 개 파기됐고 대출 비용은 계획보다 월 2000달러 늘었다. 직원 두 명을 늘리려는 계획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글메탈크래프트의 사장인 마이클 바워는 "이제 기업을 성장시키기보다는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일리노이주 항공 연료 공급장비 유통업체인 베커에비에이션은 지난해 2월 연 4.5%에서 9.75%까지 오른 이자비용을 내기 위해 대금 회수를 서두르고 있다. 더그 커크만 베커에비에이션 부사장은 "이번 달 우리는 역대 최고 실적을 내고 있지만 숫자를 보면 이익은 아주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미 전국자영업연맹에 따르면 중소기업 단기 대출 평균 이자율은 지난 3개월 동안 연 9% 이상으로 2021년 8월(연 4.6%)보다 2배 이상 높다.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중소기업 1200개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의 결과도 비슷하다. 중소기업들이 지난 9월 지불한 이자율은 평균 연 9.8%로 2006년 12월 이래 가장 높다. 응답 기업의 53%는 현재 금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응답했다.
실제 대출 총량도 줄었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소기업 신규 대출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고금리에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매출에서 자본 조달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미국 대기업 이자비용은 매출의 2% 수준인 반면 중소기업은 그 3배인 6%에 달했다. 현금 흐름 악화는 파산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파산협회는 올 초부터 지난 9월28일까지 중소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브챕터V를 통한 파산 청원 건수가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실물 경기 위축을 이유로 Fed가 내년 기준금리를 현재의 절반 수준인 2.5~2.75%까지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2024년 성장률이 크게 둔화하고 실업률이 상승하며 기준금리가 의미있게 내려갈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는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275bp(1bp=0.01%포인트) 내린다는 뜻으로 월가 전망치보다 4배 가량 큰 인하 폭이다.
아 렌드 캅테인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용 조건이 1년 전보다 훨씬 더 나쁘다"라며 "미국에서는 해고의 전조라고 볼 수 있는 마진 압박이 있어 경제 전체에 큰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