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전세 계약하면 4년은 걱정 없을 줄"…신혼부부 '눈물'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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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보호한다더니…결국 월세도 이자도 더 냅니다"
금리·전셋값 상승에…"계약갱신청구권 행사하기 눈치"
저금리 대출 유지하려니…"신혼부부는 자녀 가져야"
신혼부부 주거 불안도 큰데, 자녀계획까지 서둘러야 할 판
서울 외곽 지역 소형 평수 전셋값도 '꿈틀'
금리·전셋값 상승에…"계약갱신청구권 행사하기 눈치"
저금리 대출 유지하려니…"신혼부부는 자녀 가져야"
신혼부부 주거 불안도 큰데, 자녀계획까지 서둘러야 할 판
서울 외곽 지역 소형 평수 전셋값도 '꿈틀'
"한번 전세 계약을 하면 4년 동안 걱정이 없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더군요."(연희동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신혼부부)
고금리, 전셋값 상승의 여파로 임차인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임대차 시장을 취재하면서 만났던 20대 신혼부부 또한 이러한 고통을 호소했는데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들 부부는 연희동에 방 3개·화장실 1개짜리 다가구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전세보증금 3억원을 내고 2년 살다가, 올해 전세 계약이 만료됐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월세 15만원을 추가로 내면서 반전세(보증부월세) 계약을 새로 체결한 겁니다.
임차인은 원래 2년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 증액 한도를 최대 5%로 제한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2년 동안 살던 집의 전셋값이 5% 이상으로 오른 겁니다. 실제 비슷한 매물들의 전세 보증금은 3억3000만~3억5000만원으로 치솟았습니다. 전세사기 사건이 터지고 다가구주택도 전셋값이 떨어졌다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오른 수준인 겁니다.
문제는 임대인도 그렇게 넉넉한 사정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이들 부부는 임대인과의 합의 끝에 보증금은 그대로 유지하되, 월세를 내기로 했습니다. 이 씨는 "합의가 안 돼 이사하게 되면 어차피 보증금을 올려야 하고, 이사 비용도 든다"며 "임대인이 우리 부부의 상황을 이해해줘서 시세만큼 보증금을 올리지 않고 월세를 조금 더 내는 선에서 마무리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으로 연장시의 조건을 다음과 같습니다. ①임차인은 해당 주택에 대해 1회에 한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더 거주할 수 있음 ② 갱신권 사용시 전세, 월세 등 임대료는 5% 이내에서 임차인과 임대인이 협의할 수 있음 ③ 만약 5%를 초과할 경우, 협의해 연장계약이 되고 임차인은 2년 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음 등입니다. 이 씨 부부의 경우 ③에 해당되니,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4년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된 셈입니다.
한때 임대차법이 시행되고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마찰이 문제가 된 적이 많았습니다. 전셋값이 급등하기 시기에는 집주인의 애가 탔습니다. 전셋값을 올리지 못해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산다고 했다가, 실제로는 들어가지 않아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었죠. 반대로 작년말에서 올해초에는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역전세가 줄줄이 발생했습니다. 집주인은 전세계약이 지속될 줄 알았지만, 세입자들은 더 싼 집을 찾겠다면서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기도 했었죠. 멀쩡한 임대인이 '예비 전세사기꾼'처럼 오인받기도 했습니다.
이 씨 부부와 집주인은 짧은 시간에 주변에서 이런 분위기를 보면서 서로 양보하면서 계약을 새로 썼다고 합니다. 이렇게 '미담(美談)'으로 끝날 뻔한 얘기는 반전을 맞게 됩니다. 바로 대출금리가 오른 겁니다. 이 씨 부부는 2021년 5월 '서울시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대출' 상품으로 약 1억5000만원을 빌렸습니다. 당시 금리 감면 혜택 대상자였기에 연 1%로 전세자금을 빌렸죠. 하지만 금리가 점점 오르더니 2023년 4월 금리 재산정 심사에선 연 2.26%가 됐습니다.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 금리 감면 혜택을 계속 받으려면 자녀가 있어야 합니다. 2년 동안 자녀를 갖지 못한 이씨 부부는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두배 넘게 늘어난 겁니다. 이 씨 부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반적인 대출금리 보다는 낮지만, 매달 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겁니다. 주거에 대한 고민이 자녀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합니다. 이 씨는 "무주택자 입장에서 집 계약 시기가 다가오거나 대출 금리 재산정 시기만 다가오면 마음이 불안하다"며 "신혼부부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아이를 낳든말든 할 게 아니냐"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서울 외곽의 소형 아파트도 알아봤지만, 출퇴근 시간이 1시간 이상 늘어나 마음을 접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 외곽 지역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소형 평수 아파트는 전셋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노원구 하계동의 한신아파트는 1200가구 모두 전용 면적 27~44㎡로 구성돼있습니다. 전세 보증금도 1억 초반~2억원 후반대라 신혼부부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단지입니다.
네이버 부동산 실거래가 조회를 해보니 지난달 이 단지의 전용면적 44㎡, 9층의 전세 매물이 2억8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지난해 11월 같은 면적, 같은 층의 매물이 2억895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뛴 모습입니다. 35㎡도 6층 매물을 기준으로 2021년 1억4500만원에 거래됐다가 지난 4월 1억9000만원까지 오르더니, 지난달 18일에는 2억5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임차인을 보호하려고 만든 주택임대차보호법이지만,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자연스레 행사하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 임차인에게 부담을 덜어준다면서 해준 저금리 대출상품이지만 유지하는 조건은 까다롭습니다. 자녀를 낳아야 하는 조건을 2년 안에 만들 수 있을까요. 전세 사기의 여진이 아직 남아있는 가운데, 청년 임차인들의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고금리, 전셋값 상승의 여파로 임차인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임대차 시장을 취재하면서 만났던 20대 신혼부부 또한 이러한 고통을 호소했는데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들 부부는 연희동에 방 3개·화장실 1개짜리 다가구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전세보증금 3억원을 내고 2년 살다가, 올해 전세 계약이 만료됐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월세 15만원을 추가로 내면서 반전세(보증부월세) 계약을 새로 체결한 겁니다.
임차인은 원래 2년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 증액 한도를 최대 5%로 제한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2년 동안 살던 집의 전셋값이 5% 이상으로 오른 겁니다. 실제 비슷한 매물들의 전세 보증금은 3억3000만~3억5000만원으로 치솟았습니다. 전세사기 사건이 터지고 다가구주택도 전셋값이 떨어졌다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오른 수준인 겁니다.
문제는 임대인도 그렇게 넉넉한 사정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이들 부부는 임대인과의 합의 끝에 보증금은 그대로 유지하되, 월세를 내기로 했습니다. 이 씨는 "합의가 안 돼 이사하게 되면 어차피 보증금을 올려야 하고, 이사 비용도 든다"며 "임대인이 우리 부부의 상황을 이해해줘서 시세만큼 보증금을 올리지 않고 월세를 조금 더 내는 선에서 마무리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으로 연장시의 조건을 다음과 같습니다. ①임차인은 해당 주택에 대해 1회에 한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더 거주할 수 있음 ② 갱신권 사용시 전세, 월세 등 임대료는 5% 이내에서 임차인과 임대인이 협의할 수 있음 ③ 만약 5%를 초과할 경우, 협의해 연장계약이 되고 임차인은 2년 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음 등입니다. 이 씨 부부의 경우 ③에 해당되니,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4년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된 셈입니다.
한때 임대차법이 시행되고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마찰이 문제가 된 적이 많았습니다. 전셋값이 급등하기 시기에는 집주인의 애가 탔습니다. 전셋값을 올리지 못해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산다고 했다가, 실제로는 들어가지 않아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었죠. 반대로 작년말에서 올해초에는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역전세가 줄줄이 발생했습니다. 집주인은 전세계약이 지속될 줄 알았지만, 세입자들은 더 싼 집을 찾겠다면서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기도 했었죠. 멀쩡한 임대인이 '예비 전세사기꾼'처럼 오인받기도 했습니다.
이 씨 부부와 집주인은 짧은 시간에 주변에서 이런 분위기를 보면서 서로 양보하면서 계약을 새로 썼다고 합니다. 이렇게 '미담(美談)'으로 끝날 뻔한 얘기는 반전을 맞게 됩니다. 바로 대출금리가 오른 겁니다. 이 씨 부부는 2021년 5월 '서울시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대출' 상품으로 약 1억5000만원을 빌렸습니다. 당시 금리 감면 혜택 대상자였기에 연 1%로 전세자금을 빌렸죠. 하지만 금리가 점점 오르더니 2023년 4월 금리 재산정 심사에선 연 2.26%가 됐습니다.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 금리 감면 혜택을 계속 받으려면 자녀가 있어야 합니다. 2년 동안 자녀를 갖지 못한 이씨 부부는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두배 넘게 늘어난 겁니다. 이 씨 부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반적인 대출금리 보다는 낮지만, 매달 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겁니다. 주거에 대한 고민이 자녀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합니다. 이 씨는 "무주택자 입장에서 집 계약 시기가 다가오거나 대출 금리 재산정 시기만 다가오면 마음이 불안하다"며 "신혼부부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아이를 낳든말든 할 게 아니냐"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서울 외곽의 소형 아파트도 알아봤지만, 출퇴근 시간이 1시간 이상 늘어나 마음을 접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 외곽 지역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소형 평수 아파트는 전셋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노원구 하계동의 한신아파트는 1200가구 모두 전용 면적 27~44㎡로 구성돼있습니다. 전세 보증금도 1억 초반~2억원 후반대라 신혼부부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단지입니다.
네이버 부동산 실거래가 조회를 해보니 지난달 이 단지의 전용면적 44㎡, 9층의 전세 매물이 2억8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지난해 11월 같은 면적, 같은 층의 매물이 2억895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뛴 모습입니다. 35㎡도 6층 매물을 기준으로 2021년 1억4500만원에 거래됐다가 지난 4월 1억9000만원까지 오르더니, 지난달 18일에는 2억5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임차인을 보호하려고 만든 주택임대차보호법이지만,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자연스레 행사하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 임차인에게 부담을 덜어준다면서 해준 저금리 대출상품이지만 유지하는 조건은 까다롭습니다. 자녀를 낳아야 하는 조건을 2년 안에 만들 수 있을까요. 전세 사기의 여진이 아직 남아있는 가운데, 청년 임차인들의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