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세움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 지방 감소 위고비 앞서”
“비만치료제로 유명한 다국적 제약사와 물질이전계약(MTA)을 체결했습니다.”

유상구 글라세움 대표는 15일 인터뷰에서 “글로벌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만치료제들은 식욕을 강제로 억제하고, 지방은 안 빠지는 기전”이라면서 “우리가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는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이같이 말했다.

글라세움은 하루 한 번 투약하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HSG4112를 개발하고 있다. HSG4112는 새로운 화학(New Chemical) 의약품이다. 만성염증이나 노화로 인해 저하된 단밸질 파라옥소나제2(Paraoxonase2, PON2)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기전이다. PON2 기전으로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는 글라세움이 유일하다.

“원래 좋은 상태로 몸을 돌려놓겠다”

PON2는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있다. 세포의 재활용 시스템을 담당하는 오토파지(Autophagy)를 촉진한다. 오토파지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불필요한 성분들이 쌓이게 되면서 세포의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HSG4112를 투여해 PON2 기능이 활성화되면 오토파지를 통해 세포의 기능이 회복된다.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감소하고 이들이 만들어 내던 활성산소가 줄어들게 돼 염증도 감소한다.

유 대표는 “세포에 염증이 있다는 건 처리해야 될 쓰레기가 쌓인 상태, 즉 활성산소가 많은 상태를 의미한다”며 “오토파지가 청소를 해주면 세포 내 소기관들이 제대로 작동하게 되며, 대사질환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비만상태에서는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시키는 유리지방산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그는 “지방세포 안에는 지방을 가두는 지방방울(lipid droplet)이 많이 생긴다”며 “비만 환자 대부분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서, 지방을 몸에 잘 쌓는 모드까지 촉진돼 있다”고 했다.

이어 “비만 환자는 몸에 지방이 많이 쌓인 지방세포를 줄여줘야 한다”며 “HSG4112를 투약하면 오토파지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지방방울들이 깨지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만치료제인 위고비(노보노디스크)와 마운자로(일라이 릴리)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t)이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당초 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2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혈당을 정상으로 낮출 만큼 충분히 나오지 않거나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발생한다. 인슐린저항성이 있는 2형 당뇨병 환자들은 정상적인 당대사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몸에서 인슐린을 많이 분비한다. 정상인 대비 인슐린이 3~4배 높게 분비가 되는 상태다.

GLP-1은 음식을 섭취하면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계속 먹으면 몸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그만 먹으라고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혈중에 먹을 게 많이 들어오면, 빨리 흡수하라는 신호를 주기 위해 인슐린 기능을 촉진시킨다. 즉 원래 인슐린이 정상인보다 높았던 2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분비를 더욱 높여 혈당을 내려준다.

유 대표는 “GLP-1의 비만치료제로서 기전은 사실상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내, 밥양을 줄여서 살이 빠지게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인슐린 저항성으로 안 그래도 정상인 보다 인슐린이 높은 비만 환자들은 GLP-1이 인슐린 수치를 더욱 올려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GLP-1으로 살을 빼면 인슐린 레벨이 높다”며 “혈중 인슐린이 높으면 탄수화물을 저장하도록 하고, 축적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GLP-1은 결국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발휘하면서 혈당을 떨어뜨리고, 체중 감소 효능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인슐린이 높기 때문에 GLP-1 작용 약을 끊는 순간 지방이 순식간에 쌓이고 요요현상이 오게 된다”고 했다.

다국적 제약사, 경쟁사 약물과 콤비 데이터 요청

반면 글라세움의 HSG4112는 몸에 특정 호르몬을 억제하거나, 정상적인 수준 이상의 호르몬을 외부에서 주입하기보다 원래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비임상 마우스 실험에서 위고비 대비 뛰어난 효능을 입증했다.

HSG4112와 위고비의 체중 감소효과를 고지방식이로 비만을 유도한 마우스를 대상으로 6주간 비교했다. 마우스의 정상 체중은 18~20g이다. 비만으로 살을 찌워 약 40g에 육박했다. 위고비는 식욕 억제 기전으로 투약 초반 급격한 체중감소가 일어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 폭이 줄며, 33~34g에서 정체됐다. HSG4112는 약 7일간의 약물 적응 기간이 관찰된다. 이는 염증으로 저하된 세포의 기능이 약물효과로 회복되는 기간이다. 3주 후부터 비만 마우스들의 몸무게가 정상 체중까지 감소했고, 이후에도 효과는 지속됐다.

마우스 몸무게 대비 체지방량(fat mass)은 위고비는 23%, HSG4112는 14.3%였다. 정상 체중 마우스의 체지방량은 12.8%이며, HSG4112는 정상 수치까지 체지방 감소 효능을 보인 것이다.

HSG4112과 위고비의 시너지 효능도 확인했다. 해당 비임상은 MTA를 체결한 다국적 제약사의 글로벌 경쟁사가 요청하면서 진행한 시험이다. 콤비의 경우 식이량은 위고비 단독과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식욕억제에서는 시너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체중 감소효과는 두 약을 콤비로 복용했을 때가 단독일 때보다 극적인 결과를 보였다. 투약 20일 차 위고비는 38g에서 33g 체중 감소에 그쳤다. HSG4112과 위고비 콤비는 같은 기간 26g까지 체중이 줄어들었다.

유 대표는 “콤비를 통해 위고비 단독으로 도달하지 못했던 정상 수준까지 체중감소 효과를 확인한 것”이라며 “두 약물은 상호보완 효과가 있으며, 체중감소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입증한 데이터다”고 말했다.

HSG4112의 국내 판권은 대원제약이 기술이전 해갔다. 대원제약은 지난해 유경PSG자산운용과 한국투자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글라세움 지분(전환우선주)을 30억원 들여 인수했다. 글라세움에 반환 조건 없는 계약금 10억원을 지급했다. 현재 대원제약이 HSG4112의 국내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노보노디스크, 일라이 릴리 등 최근 발생한 비만치료제 플랫폼의 기술수출은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라세움은 대원제약이 진행하는 임상 2상 데이터가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5일 12시 30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