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해상풍력 기업에 공매도 투자해 ‘짭짤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초기에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한 해상풍력 산업의 특성상 고금리 시기에 이자 부담이 커져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베팅’한 게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高금리에 날개 꺾인 해상풍력…헤지펀드, 공매도 베팅 통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 마셜웨이스와 퀀트 헤지펀드 운용사 큐베리서치앤드테크놀로지스 등이 올해 지멘스에너지, 오스테드 등 해상풍력 기업들의 주가 급락을 예상하고 공매도 투자한 결과 수백만파운드의 이익을 거뒀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미국과 유럽 정부가 해상풍력 등 청정에너지 기업에 막대한 세금 공제와 보조금 혜택을 주며 지원 사격을 하는데도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 열풍이 식은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자료에 따르면 지멘스에너지 주식의 공매도 비중은 연초 8%에서 현재 14%까지 뛰었다. 지멘스에너지 주가는 올해 들어 40%가량 폭락했다. 오스테드 주가도 올해 들어 50% 넘게 떨어졌다. 100대 신재생에너지 기업 주식으로 구성된 S&P 글로벌 청정에너지 지수는 2021년 초 정점을 찍은 뒤 올해 35% 이상 하락했다.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올해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특히 해상풍력 업계의 타격이 컸다. 고금리·고물가 때문에 사업 비용은 급증했는데, 사업 초기에 전력 판매 계약을 장기로 맺은 탓에 수익성이 악화해서다. 이 때문에 최근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사례가 늘었다.

해상풍력 기업들의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반론도 있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출신인 르노 살뢰르 아나콘다인베스트 대표는 현재 오스테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악재가 모두 노출됐고, 더 이상 나쁠 건 없다”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