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달러(약 1경2993조원)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유럽 투자업계 ‘큰손’들이 글로벌 화학업체에 과불화화합물(PFAS) 생산과 사용 중단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의 리걸앤제너럴(LGIM)과 아비바인베스터스, 프랑스의 BNP파리바자산운용, 북유럽의 노르데아자산운용과 스토어브랜드자산운용 등 51개 투자회사는 15일(현지시간) 독일 바스프, 미국 케무어스, 일본 다이킨공업 등 글로벌 화학사 50곳에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이 서한에는 PFAS 생산의 전면 중단을 위한 단계적 계획을 마련하라는 요구와 함께 이 과정에서 더 안전한 대안 물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생산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담겼다.

PFAS는 조리 도구와 배터리, 컴퓨터 칩 등 수백만 가지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 등에 쉽게 오염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쉽게 분해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인체에 축적되면 암, 불임 등의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PFAS 생산업체들이 과거 ‘석면 파동’에 준하는 법적 책임과 보험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고, 이는 장기적인 기업 가치에 치명적인 악재로 이어질 수 있다.

로펌 멘데스앤마운트 등에 따르면 PFAS에 따른 손배소 금액은 미국에서만 660억달러(약 85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 이후 현재까지 140개 분야 산업에서 9800건 이상의 개인 단위 소송이 제기됐다.

운용사들은 2년 전부터 스웨덴 비영리단체 켐섹(ChemSec)과 손잡고 화학업계에서 PFAS의 완전 퇴출을 촉구해 왔다. 이에 참여한 운용사는 2021년 23곳에서 올해 51곳으로 늘었다. 유해 물질이 기업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민감성이 더욱 커졌다는 방증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