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반짝 성장’했던 일본 경제가 3분기엔 역성장했다. 물가 상승과 세계 경기 둔화 영향으로 소비와 설비투자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제는 주춤했지만 일본 증시와 엔화 가치는 미국의 금융긴축 정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기대 덕분에 큰 폭으로 올랐다.

○高물가에 계속되는 소비 부진

잘나가던 일본 경제…3분기 만에 다시 '역성장'
일본 내각부는 지난 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2.1% 감소했다고 15일 잠정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인 -0.7~-0.5%를 크게 밑돌았다. 일본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0.2%를 나타낸 작년 4분기 이후 세 분기 만이다.

일본 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와 설비투자가 계속해서 부진했고, 2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 증가세가 꺾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3분기 일본의 수출은 글로벌 자동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 분기보다 0.5% 늘었다. 하지만 2분기 증가율(3.9%)에는 크게 못 미쳤다. 그 결과 수출 등 외수 분야가 경제성장률을 1.8%포인트 밀어 올린 2분기와 달리, 3분기에는 외수가 성장률을 0.1%포인트 하락시켰다.

내수 역시 3분기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 끌어내렸다. 일본 GDP의 55%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영향이다. 물가가 급등해 지난 9월까지 일본의 실질임금이 18개월 연속 줄어들면서 일본인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설비투자도 0.6% 감소해 두 분기 연속 줄었다. 반도체 시황이 부진하면서 반도체 제조 장비 관련 설비투자가 많이 감소했다. 인력난 여파로 공장 등 건설투자도 감소했다.

경제에 기여했던 외국인 관광객 효과도 3분기에는 소멸했다. 7~9월 외국인 관광객 소비는 지난 분기보다 5%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줄어든 건 2022년 2분기 이후 다섯 분기 만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영향으로 두 분기 연속 감소했던 수입은 세 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입이 늘어날수록 GDP는 감소한다.

향후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달 말 일본은행은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2.0%로 예상했다. 반면 2024년과 2025년은 경제성장률이 1.0%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일본 경제가 2.0% 성장한 뒤 내년부터 1.0%로 감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만 바라보는 日 금융시장

일본 경제가 역성장한 것이 확인된 날 오히려 주가와 통화가치는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2.5% 오른 33,519.70으로 거래를 마쳤다. 7월 기록한 연중 최고치(33,753)에 근접했다.

전날 151.80엔까지 떨어지면서 작년 11월 기록한 32년 만의 최저치(151.95엔)에 바짝 다가섰던 달러당 엔화 가치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전날보다 0.96엔 오른 150.67엔에서 움직였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Fed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린 이후 미국과 일본의 장기금리 차이는 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 영향으로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20% 이상 떨어졌다. 다만 미·일 금리차가 줄더라도 Fed가 내년 기준금리를 낮출 때까지 엔저(低)가 마무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