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천년 교회에 '동양의 빛' 건넨 韓 신부화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세계 10대 스테인드글라스 화가
서울대 미대서 장욱진 사사
1974년 佛로 유학 가 사제 서품
프랑스 사르트르 대성당 등
38개국 45개 교회에 작품 설치
200번 넘게 개인전도 열어
"천사가 그린다면 이런 것"
미술사가 '웬디 수녀'도 극찬
서울대 미대서 장욱진 사사
1974년 佛로 유학 가 사제 서품
프랑스 사르트르 대성당 등
38개국 45개 교회에 작품 설치
200번 넘게 개인전도 열어
"천사가 그린다면 이런 것"
미술사가 '웬디 수녀'도 극찬


김 신부는 서울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스위스 프리부르대와 프랑스 파리가톨릭대에서 수학했다. 1974년 도미니크 수도회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수사 화가로 활동했고, 지금도 프랑스 보베 성당 등 다수의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하고 있다. 뿌리가 단단한 서양의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하면서 그는 납선을 없애는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화풍 역시 새롭게 창조했다. 수묵화에 쓰는 붓으로 유화 물감을 일필휘지 긋는가 하면 원색의 다양한 색채로 마티스와 보나르의 그림을 연상케 했다.

그는 유럽 수도회 공방의 화가로 살며 윌리엄 터너, 클로드 모네, 앙리 마티스, 피에르 보나르 등의 작품도 깊게 탐구했다. 그들이 자연에서 뽑아낸 색채와 빛에 매료됐다. 김 신부의 작품이 설치되는 교회는 ‘꼭 가봐야 할 명소’가 되기도 한다. 브리우드 생줄리앙 성당은 작품 설치 후 미쉐린가이드 최고 평점인 별 세 개를 받고 프랑스 관광명소 100선에 선정됐다. “저의 그림으로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는 것, 그게 제 소명입니다. 우울증에 걸린 청년이 교회 안에서 1시간을 울고 갔다는 글, ‘빛을 받아 가기 위해’ 이 교회에 온다는 사람들로 충분하지요.”
2021년 KAIST 초빙 석학교수가 된 그는 대전 본원 학술문화관 4층 천장에 ‘빛의 소명’을 영구 설치했다. 지난해 고향 근처 충남 청양의 버려진 연초공장에 동생인 김억중 건축가와 함께 ‘빛섬갤러리’를 열었다. 영국 노트르담수녀회 수녀로 평생 종교와 예술에 헌신한 미술사가 고(故) 웬디 베케트 수녀는 이렇게 썼다. “만약 천사가 그림을 그리신다면 김인중 신부처럼 그렸을 것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