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미 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전되면서 ‘한국식 물가관리’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8%로 2017년 8월 이후 6년2개월 만에 미국(3.2%)보다 높아졌다. 전날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3.7%)에 비해 0.5%포인트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미국의 물가 고점은 9.1%(6월)로 한국의 6.3%(7월)에 비해 높았다. 하지만 연 0~0.25%였던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높이는 등 강력한 긴축 정책으로 올해 6월 물가 상승률을 3%로 떨어뜨렸다. 유가 반등에 지난 9월 3.7%까지 반등했지만 10월 들어 상승세가 뚜렷하게 꺾였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7월 저점(2.3%)을 찍은 뒤 3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도 미국처럼 금리를 올렸지만 가계부채 우려 등에 따라 올해 1월 연 3.25%에서 연 3.5%로 올린 것을 끝으로 인상을 멈췄다. 대신 할당관세로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가격 인상 자제를 압박하는 등 정부 주도의 물가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빠르게 상품 가격에 반영한 미국이 고점이 높았던 대신 안정 국면도 빠르게 찾아왔다면, 정부가 인위적으로 물가를 억누른 한국에선 인플레이션이 더욱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12월 이후 올해 3월까지 누적 수입물가 상승률은 41.7%로 미국(12.4%)의 세 배 이상이었지만 전체 물가 상승률은 되레 한국이 낮았다. 그만큼 앞으로의 물가 상승 압력이 크다는 의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별 기업에 대한 물가 통제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