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14일 서울 정동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대영제국훈장 수훈식에서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에게 훈장을 전달받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14일 서울 정동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대영제국훈장 수훈식에서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에게 훈장을 전달받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수여하는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1977년 정주영 선대회장이 받은 것과 같은 훈장으로, 찰스 3세 국왕 즉위 이후 한국인이 이 훈장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대(代)를 이어 한국과 영국 간 협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4일 서울 정동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수훈식에서 정 회장이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받았다고 15일 발표했다. 찰스 3세 국왕을 대신해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가 훈장을 전달했다. 대영제국훈장은 영국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거나 정치, 경제, 문화예술, 기술과학,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룬 인물에게 준다.

정 회장은 친환경 저탄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 영국 테이트 미술관 장기 후원 등 양국 간 경제·문화 협력 강화에 기여해 수훈자로 선정됐다. 크룩스 대사는 “정 회장은 같은 훈장을 받은 선대회장에 이어 통찰력 있는 경영철학과 인간 중심의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영국과 현대차그룹의 파트너십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양국 협력과 우호에 기여한 공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미래 신사업, 문화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관계 강화에 더욱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언제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하고 한계를 뛰어넘어 기대 이상의 결과를 이루기 위해 도전해 왔다”며 “그룹의 성취는 뜻을 같이하는 많은 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1982년 첫 수출을 통해 영국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10월까지 영국에서 전년 동기보다 8.7% 증가한 17만3000대를 판매해 점유율 9.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같은 기간 2만8000대를 판매하며 테슬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3위에 자리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5가 ‘2022 영국 올해의 차’를 수상하고, 기아 EV6는 영국 유명 자동차 매체 ‘왓 카’의 ‘2022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테이트 미술관을 장기 후원하며 현대 미술 발전과 대중화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영국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의 타이틀 스폰서로서 스포츠 교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항공기 엔진 제조회사 롤스로이스 등 영국 기업들과 손잡고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앞서 정 선대회장은 양국 간 무역 증진 등에 기여한 공로로 1977년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받았다. 그는 1970년대 초 영국 엔지니어링 및 조선사와 기술 제휴를 맺고,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에서 차관을 얻어 울산에 조선소를 건설한 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정 선대회장은 한·영경제협력위원회 한국 측 위원장도 맡아 양국 교류에 크게 기여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