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서울대첩' 총정리…3대 명품 공연서 당신이 놓친 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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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빈필 베를린필 RCO 내한공연
뜨거웠던 무대 뒤의 <비하인드 스토리>
① 오페라 배우 같았던 빈필 지휘자 소키예프
② RCO의 소리도 부드럽게 조향한 파비오
③ '샤이가이' 페트렌코, 베를린필 전설 될까
④ 랑랑의 두 번째 앙코르곡, 나만 몰랐어?
⑤ '피의 연주자' FIMA가 보여준 거장의 정석
⑥ 섬세한데 광활..."조성진이 조성진했다"
⑦ 3대 악단의 보석들, 스타 단원들 누구누구?
뜨거웠던 무대 뒤의 <비하인드 스토리>
① 오페라 배우 같았던 빈필 지휘자 소키예프
② RCO의 소리도 부드럽게 조향한 파비오
③ '샤이가이' 페트렌코, 베를린필 전설 될까
④ 랑랑의 두 번째 앙코르곡, 나만 몰랐어?
⑤ '피의 연주자' FIMA가 보여준 거장의 정석
⑥ 섬세한데 광활..."조성진이 조성진했다"
⑦ 3대 악단의 보석들, 스타 단원들 누구누구?
RCO·빈필·베를린필 3대 지휘자 전격 분석
그토록 오래 살아남은 선율을 200년 가까이 아름답게 가꾸고 지켜온 ‘세계 톱3 오케스트라’(빈 필·로열 콘세르트 헤바우·베를린 필)가 11월 둘째 주 서울을 찾아 열연을 펼쳤다. ‘클래식 스타워즈’를 방불케한 이 주간 클래식 팬들은 만감이 교차했다.
“내 생에 3대 오케스트라를 한 주에 서울에서 다 만날 줄 몰랐다”거나, “월급의 절반을 ‘클래식 플렉스’에 썼다”는 사람, “같은 날 공연이라 눈물을 머금고 한쪽을 선택했다”는 이들도 많았다. (예매에 실패해 공연장 밖 화면으로 지켜봤던 분들에겐 심심한 위로를….)
클래식 팬들은 3대 오케스트라의 감상평을 실시간으로 나누며 축제를 즐겼다. 인생 처음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듣게 됐다는 이들도 있었다. 아무렴 어떤가. 3개 악단의 소리가 단 1초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울림으로 다가갔다면 그걸로 됐다. 2023년 가을 서울에서 벌어진 ‘클래식 서울대첩’의 단상, 사소한 질문과 그 답들을 지휘자와 협연자를 중심으로 기록했다. 볼쇼이의 피는 다르네! 몸짓 표정으로도 지휘한 소키예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3년 연속 내한했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기대감과 신비감은 적었다. 1842년 창단해 세 악단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빈 필은 그만큼 자부심이 강한 단체다. 그런 단원들을 이끈 지휘자는 러시아 출신의 투간 소키예프(46). 그는 자신의 필살기인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에서 본인의 색채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음악감독(2014~2022)을 지내고 전 세계 수 많은 오페라와 음악극 무대를 휩쓴 인물이기 때문일까. 절도 있으면서도 변화무쌍한 그의 얼굴 표정과 섬세한 손짓, 몸짓이 유독 돋보였다. 합창석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은 줄곧 지휘자를 따라다녔다. 연주 후기에 “합창석은 오늘 계 탔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 이유다.
둘째 날 빈 필의 단골 레퍼토리인 베토벤 4번, 브람스 1번 교향곡을 연주할 때 소키예프는 이들의 고유한 색채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에 집중했다. 악단을 전적으로 신뢰해야만 나올 수 있는 지휘. 브람스 1번에서는 자체의 음영과 악기군 간 대비를 자연스럽게 나타내 빈 필의 색채를 적극 활용했다는 평가(허명현 평론가)도 받았다.
앙코르 곡에서 소키예프와 빈 필의 하모니가 극대화됐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봄의 소리 왈츠’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우아한 가벼움을 연출했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소키예프와 왈츠의 DNA를 지닌 빈 필이 만나 마치 빈 필 신년음악회를 미리 본듯 했다.
향에 탐닉하는 탐미주의자, 파비오는 소리마저도 조향했다
RCO는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루이지(64)와 함께 6년 만에 내한했다. 사실 빈 필과 베를린 필에 비해 국내에선 인지도 측면에서 불리했다. 악단도, 협연자도 두 악단에 비해 덜 친숙했고, 2018년부터 상임 지휘자가 공석인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기우였다. 이들은 조화로운 화음과 열정 넘치는 연주로 세 악단 중 가장 기대를 뛰어넘는 호평을 받았다. 루이지는 메트로폴리탄, 코벤트 가든 등 세계적인 오페라 무대에 많이 선 지휘자. 선율이 돋보이는 음악에 특히 강한데, 그런 면에서 베버의 ‘오베른 서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였다.
파비오의 차이콥스키는 전반적으로 템포가 느린 편이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섬세하게 노래하는 부분을 살려내 늘어지거나 단조롭지 않도록 조율했다. “루바토(템포를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연주)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현악의 칸타빌레(노래하듯 연주)에 집중하는 해석을 들려줬다”는 황장원 평론가의 말처럼.
평소 조향에 조예가 깊어 자신의 이름을 딴 향수가 있는 루이지는 음악 역시 조향하듯 이끌었다. 연주 장소였던 롯데콘서트홀과의 ‘케미’도 잘 어우러졌다. 촉촉한 음향과 풍부한 잔향이 RCO가 지닌 화사한 음색을 잘 살려냈다는 것. 다음 내한은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떠오른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와 함께할 확률이 높다니, 벌써 다음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이 줄을 섰다. 완벽주의 '샤이가이'페트렌코, 베를린필의 전설이 될까
베를린 필은 올해 내한한 3대 악단 중 가장 화제였다. 갓 부임한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51)가 국내 최고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조성진과 함께 온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첫날엔 모차르트 교향곡 29번, 브람스 교향곡 4번 등을 연주했고, 이튿날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로 마무리했다. 특유의 꽉 차고 에너지 넘치는 사운드는 여전했다. ‘극세사 앙상블’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개별 단원의 기량도 뛰어났다.
다만 페트렌코가 음악을 만드는 방식을 두고는 호불호가 갈렸다. 단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빈 필의 소키예프와 대조적으로 페트렌코는 악보에 최대한 충실하며, 단원들을 세밀하게 통제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두 차례 공연에서 앙코르 없이 끝내고, 무대 입장 때도 지휘자가 시선을 관객 쪽으로 크게 돌리지 않은 것도 그의 내향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페트렌코와 악단이 서로 맞춰가는 과도기일 지, 과연 그가 카라얀과 아바도 같은 베를린 필의 전설이 될 지 더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3명의 피아니스트, 30개의 손가락…
앙코르곡 속에 숨겨진 특별한 이야기
빈 필하모닉·베를린 필하모닉·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세계 3강’으로 꼽히는 이들 명문 악단과의 협연은 모든 연주자의 꿈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다비드 오이스트라흐,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예브게니 키신…. 전설의 비르투오소 중 이들 악단을 거치지 않은 인물이 없을 정도다. 지난 주 벌어졌던 ‘클래식 서울대첩’은 그래서 “협연자가 누구냐”가 흥행의 열쇠였다. 왼팔 부상 딛고 살아난 랑랑의 생상스, 반전의 앙코르
빈 필의 서울 연주여행을 함께 한 파트너는 ‘클래식계 수퍼스타’ 피아니스트 랑랑(42)이었다. 이번 내한에선 선곡부터 의외였다. 왼팔 부상을 이유로 2017년부터 3년 간의 공백기를 가진 뒤 모차르트, 베토벤 곡처럼 상대적으로 손에 무리가 덜 가는 곡을 주로 연주해왔다. 그런데 기교나 표현력에 있어 소화하기 까다로운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고 오다니. ‘과연 예전의 기량을 보여줄까’라는 생각이 잠시 머릿 속을 스치기도 했다. 역시 기우였다. 한없이 유려한 터치로 몽환적 장면을 연출하다가도 순식간에 강렬한 타건으로 청중을 장악했다.
모든 터치가 완벽했다곤 할 수 없지만 생상스의 다채로운 감성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솜씨는 일품이었다. 강렬한 쇼맨십도 여전했다. 연주 중 마치 악단을 지휘하듯 왼손을 높이 들어 올려 선율을 받아치는 모습, 건반을 친 손을 어깨 뒤쪽으로 크게 돌려 격정의 감정을 드러내는 동작은 시각적 유희를 더했다. 양손을 청중을 향해 세게 던지는 특유의 인사법도 더해서.
두 번째 앙코르곡 ‘레인보우 커넥션’이 나올 때 청중들은 옆자리 사람들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주치기도 했다. 한국 청중에겐 다소 낯선 작품이어서다. 그가 지난해 발매한 ‘더 디즈니 북’ 앨범 수록곡이자 디즈니 영화 ‘머펫 무비’ OST인 이 곡은 북미 청중들에겐 어릴 적의 향수와 동심을 불러 일으키는 화제의 곡. “랑랑의 자작곡이라 생각했다”는 청중도 있을 정도였지만 분명한 건 하나. 그 포근한 선율에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무대 뒤에서도 빛났던 거장 브론프만의 클래스
RCO의 솔리스트는 러시아 출신의 거장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65)이었다. 2015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손가락이 찢기는 사고에도 끝까지 좋은 연주를 선보이면서 전 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을 감동하게 한 인물. 그는 이번에도 ‘진정한 거장’의 면모를 보여줬다. 무대를 준비하는 자세부터 달랐다. 악단보다 하루 일찍 한국에 입국해 이틀 내내 무대 위에 놓인 두 대의 피아노 음색을 예민하게 비교해가며 공연에 올릴 피아노를 골랐다.
그는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비해 덜 유명하며, 다소 진중한 성격의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려줬다. 사실 브론프만에게 어떤 곡을 연주하는가는 따질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그는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의 재발견’이란 얘기가 나올 만큼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다. 사운드는 비할 데 없이 거대했고, 테크닉은 유려했다. 넓은 음역으로 펼쳐지는 화성과 옥타브 진행 등 웬만한 비르투오소가 아니면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운 리스트 작품 특유의 요소들도 그의 손에선 자유로웠다.
앙코르곡으로 그는 슈만의 아라베스크 C장조와 쇼팽 에튀드 12번 ‘혁명’을 택했다. 혁명을 연주할 땐 손가락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주를 선보여 환갑을 넘긴 나이를 무색하게 했다. 감동한 건 청중뿐만이 아니었다. RCO 단원들은 그의 연주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는 무대 한켠에 서서 두 손을 모은 채 소리 하나하나를 곱씹듯 감상했다. 브론프만이 ‘음악가들의 음악가’란 걸 보여준 명장면 하나. 1부에서 연주를 마치고도 2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그는 이날 아시아 투어를 마친 RCO 단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연주자들은 그의 애칭인 “FIMA”를 연호하며 존경의 마음을 한껏 드러냈다. 우리 시대 '살아있는 음악'의 통로, 조성진
클래식 공연 역대 최고가(55만원) 티켓으로 화제를 모은 베를린 필이 낙점한 인물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이었다. 아이돌 공연 못지않은 ‘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 전쟁)’ 탓에 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공연장 로비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으로 그의 연주를 줄 서서 바라보기도 했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초인적인 힘과 기교보단 표현의 깊이와 탄탄한 기본기가 곡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평소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라고 자주 언급해 온 곡인 만큼 조성진은 편안하면서도 여유로운 연주를 들려줬다.
이 곡은 다른 협주곡과 달리 솔리스트가 오케스트라보다 먼저 등장하는데, 화려한 선율이 아니었음에도 조성진의 서정적이면서도 세련된 음색은 충격적으로 강렬했다. 섬세한 테크닉에 통통 튀어 오르는 리듬부터 풍성한 루바토 처리, 대범할 땐 거침없이 뻗어나가다가도 노래할 땐 한없이 유려하게 속삭이는 광활한 표현까지. 그의 연주는 분명 ‘살아있는 음악’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창구였다.
뜨거운 박수 세례에 화답한 조성진의 앙코르곡은 리스트의 '순례의 해, 두번째 해-이탈리아' 중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104번'. 마치 물결을 만들어내듯 섬세하게 움직이는 손짓과 그에서 생겨나는 입체적인 소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마치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숨죽이던 청중들은 조성진의 손이 멈추자 참고 있던 환호성을 크게 터뜨리기도 했다. 랑랑처럼 특별한 제스처나 브론프만 같은 거대한 사운드 없이도 그의 담백하면서도 솔직한 음악은 듣는 이의 혼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조성진이 내년부터 베를린 필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직후 첫 공연이란 점에서 더 관심을 끌었다. 모든 음을 정제된 표현과 정갈한 터치로 살려내는 조성진과 치밀한 지휘를 고수하는 페트렌코의 음악은 마치 영혼의 단짝처럼 어우러졌다. 연주를 마친 뒤 서로를 끌어안은 조성진과 페트렌코의 뜨거운 눈빛에서 함께 이뤄낸 음악적 성취감도 읽을 수 있었다.
지휘자·협연자만큼 빛났던 '스타 단원들' 누구?
최고 오케스트라는 최고 솔로들의 합!
로열 콘세트르헤바우 오케스트라(RCO) 단원들은 지난 11일 연주를 끝마치고 무대 위에서 서로를 끌어안았다. 이튿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공연 직후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마치 “우리 오늘도 최고였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3대 오케스트라 서울대첩’의 진정한 주인공은 단원들이었다. 일류 악단엔 일류 단원들이 있기 마련.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전체 소리를 위해 조용히 헌신하다 적재적소에서 놀라운 존재감을 발휘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짜릿하다. 빈 필하모닉에서 가장 돋보인 건 악장 라이너 호넥이었다. 30년째 악장을 맡고있는 백발의 노장은 지휘자와 솔리스트로도 최고의 기량을 갖춘 인물이다. 빈 필과 베를린 필 멤버로 구성된 빈-베를린 챔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기도 하다. 상임지휘자 없이 운영되는 빈 필에서 사실상 지휘자나 다름없는 존재다. 짧은 솔로 파트에서도, 현악파트 합주에서도 그가 빈 필의 ‘황금빛 사운드’의 일등 공신임을 증명했다.
빈 필의 수석 바수니스트 소피 데르보는 32세의 나이에 베를린 필의 수석 콘트라 바수니스트(2013~2015)를 거쳐 빈 필의 수석 바수니스트로 무대에 서며 ‘양대 악단’을 섭렵했다. 최근 지휘자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7월 한국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지휘 데뷔 무대를 가져 이번 공연이 더 반가웠다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어느 악단보다 아름답고 조화로운 사운드를 선보인 RCO엔 악장 리비우 프루나루가 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비롯해 여러 국제 콩쿠르를 섭렵한 스타 플레이어. 1997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동아국제 콩쿠르에서도 우승한 바 있다. 2000년 RCO 현악 단원들로 구성된 ‘암스테르담 현악 4중주’를 결성한 ‘타고난 악장’이다.
RCO 공연의 스타는 단연 호른 수석 케이트 울리였다. 영국 출신의 그녀에게 단원들이 붙여준 별명은 (마가렛 대처에 빗댄) ‘철의 여인(The Iron Lady of Horn)’. 베버의 ‘오베른’ 서곡에서 뱃고동처럼 둥글고 깊은 사운드를 들려줬고,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2악장의 솔로 파트에서도 또 한번 활약했다.
베를린 필은 스타 단원들의 갈라쇼를 보는듯 했다. 목관 주자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클라리넷 수석 벤젤 푹스를 비롯해 플루트 수석 임마누엘 파후드, 오보에 수석 알브레히트 마이어는 모두 베를린 필을 대표하는 목관 주자이자, 세계적인 솔리스트들이다. 30년 이상 베를린 필에서 호흡을 맞춰온 내공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김보라/ 최다은/김수현/ 조동균 기자
※도움말=노승림 황장원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및 아르떼 회원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는 건 시간을 듣는 일이다. 그것의 정점은 무대 위 실황을 직접 보고 듣고, 함께 호흡하는 것이다. 수백 번, 수천 번은 연주했을 레퍼토리라 해도 ‘단 한번도 같을 수 없다’는 게 우리가 공연장을 찾는 이유 아닐까.
그토록 오래 살아남은 선율을 200년 가까이 아름답게 가꾸고 지켜온 ‘세계 톱3 오케스트라’(빈 필·로열 콘세르트 헤바우·베를린 필)가 11월 둘째 주 서울을 찾아 열연을 펼쳤다. ‘클래식 스타워즈’를 방불케한 이 주간 클래식 팬들은 만감이 교차했다.
“내 생에 3대 오케스트라를 한 주에 서울에서 다 만날 줄 몰랐다”거나, “월급의 절반을 ‘클래식 플렉스’에 썼다”는 사람, “같은 날 공연이라 눈물을 머금고 한쪽을 선택했다”는 이들도 많았다. (예매에 실패해 공연장 밖 화면으로 지켜봤던 분들에겐 심심한 위로를….)
클래식 팬들은 3대 오케스트라의 감상평을 실시간으로 나누며 축제를 즐겼다. 인생 처음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듣게 됐다는 이들도 있었다. 아무렴 어떤가. 3개 악단의 소리가 단 1초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울림으로 다가갔다면 그걸로 됐다. 2023년 가을 서울에서 벌어진 ‘클래식 서울대첩’의 단상, 사소한 질문과 그 답들을 지휘자와 협연자를 중심으로 기록했다. 볼쇼이의 피는 다르네! 몸짓 표정으로도 지휘한 소키예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3년 연속 내한했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기대감과 신비감은 적었다. 1842년 창단해 세 악단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빈 필은 그만큼 자부심이 강한 단체다. 그런 단원들을 이끈 지휘자는 러시아 출신의 투간 소키예프(46). 그는 자신의 필살기인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에서 본인의 색채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음악감독(2014~2022)을 지내고 전 세계 수 많은 오페라와 음악극 무대를 휩쓴 인물이기 때문일까. 절도 있으면서도 변화무쌍한 그의 얼굴 표정과 섬세한 손짓, 몸짓이 유독 돋보였다. 합창석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은 줄곧 지휘자를 따라다녔다. 연주 후기에 “합창석은 오늘 계 탔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 이유다.
둘째 날 빈 필의 단골 레퍼토리인 베토벤 4번, 브람스 1번 교향곡을 연주할 때 소키예프는 이들의 고유한 색채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에 집중했다. 악단을 전적으로 신뢰해야만 나올 수 있는 지휘. 브람스 1번에서는 자체의 음영과 악기군 간 대비를 자연스럽게 나타내 빈 필의 색채를 적극 활용했다는 평가(허명현 평론가)도 받았다.
앙코르 곡에서 소키예프와 빈 필의 하모니가 극대화됐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봄의 소리 왈츠’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우아한 가벼움을 연출했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소키예프와 왈츠의 DNA를 지닌 빈 필이 만나 마치 빈 필 신년음악회를 미리 본듯 했다.
향에 탐닉하는 탐미주의자, 파비오는 소리마저도 조향했다
RCO는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루이지(64)와 함께 6년 만에 내한했다. 사실 빈 필과 베를린 필에 비해 국내에선 인지도 측면에서 불리했다. 악단도, 협연자도 두 악단에 비해 덜 친숙했고, 2018년부터 상임 지휘자가 공석인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기우였다. 이들은 조화로운 화음과 열정 넘치는 연주로 세 악단 중 가장 기대를 뛰어넘는 호평을 받았다. 루이지는 메트로폴리탄, 코벤트 가든 등 세계적인 오페라 무대에 많이 선 지휘자. 선율이 돋보이는 음악에 특히 강한데, 그런 면에서 베버의 ‘오베른 서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였다.
파비오의 차이콥스키는 전반적으로 템포가 느린 편이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섬세하게 노래하는 부분을 살려내 늘어지거나 단조롭지 않도록 조율했다. “루바토(템포를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연주)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현악의 칸타빌레(노래하듯 연주)에 집중하는 해석을 들려줬다”는 황장원 평론가의 말처럼.
평소 조향에 조예가 깊어 자신의 이름을 딴 향수가 있는 루이지는 음악 역시 조향하듯 이끌었다. 연주 장소였던 롯데콘서트홀과의 ‘케미’도 잘 어우러졌다. 촉촉한 음향과 풍부한 잔향이 RCO가 지닌 화사한 음색을 잘 살려냈다는 것. 다음 내한은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떠오른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와 함께할 확률이 높다니, 벌써 다음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이 줄을 섰다. 완벽주의 '샤이가이'페트렌코, 베를린필의 전설이 될까
베를린 필은 올해 내한한 3대 악단 중 가장 화제였다. 갓 부임한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51)가 국내 최고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조성진과 함께 온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첫날엔 모차르트 교향곡 29번, 브람스 교향곡 4번 등을 연주했고, 이튿날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로 마무리했다. 특유의 꽉 차고 에너지 넘치는 사운드는 여전했다. ‘극세사 앙상블’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개별 단원의 기량도 뛰어났다.
다만 페트렌코가 음악을 만드는 방식을 두고는 호불호가 갈렸다. 단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빈 필의 소키예프와 대조적으로 페트렌코는 악보에 최대한 충실하며, 단원들을 세밀하게 통제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두 차례 공연에서 앙코르 없이 끝내고, 무대 입장 때도 지휘자가 시선을 관객 쪽으로 크게 돌리지 않은 것도 그의 내향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페트렌코와 악단이 서로 맞춰가는 과도기일 지, 과연 그가 카라얀과 아바도 같은 베를린 필의 전설이 될 지 더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3명의 피아니스트, 30개의 손가락…
앙코르곡 속에 숨겨진 특별한 이야기
빈 필하모닉·베를린 필하모닉·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세계 3강’으로 꼽히는 이들 명문 악단과의 협연은 모든 연주자의 꿈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다비드 오이스트라흐,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예브게니 키신…. 전설의 비르투오소 중 이들 악단을 거치지 않은 인물이 없을 정도다. 지난 주 벌어졌던 ‘클래식 서울대첩’은 그래서 “협연자가 누구냐”가 흥행의 열쇠였다. 왼팔 부상 딛고 살아난 랑랑의 생상스, 반전의 앙코르
빈 필의 서울 연주여행을 함께 한 파트너는 ‘클래식계 수퍼스타’ 피아니스트 랑랑(42)이었다. 이번 내한에선 선곡부터 의외였다. 왼팔 부상을 이유로 2017년부터 3년 간의 공백기를 가진 뒤 모차르트, 베토벤 곡처럼 상대적으로 손에 무리가 덜 가는 곡을 주로 연주해왔다. 그런데 기교나 표현력에 있어 소화하기 까다로운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고 오다니. ‘과연 예전의 기량을 보여줄까’라는 생각이 잠시 머릿 속을 스치기도 했다. 역시 기우였다. 한없이 유려한 터치로 몽환적 장면을 연출하다가도 순식간에 강렬한 타건으로 청중을 장악했다.
모든 터치가 완벽했다곤 할 수 없지만 생상스의 다채로운 감성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솜씨는 일품이었다. 강렬한 쇼맨십도 여전했다. 연주 중 마치 악단을 지휘하듯 왼손을 높이 들어 올려 선율을 받아치는 모습, 건반을 친 손을 어깨 뒤쪽으로 크게 돌려 격정의 감정을 드러내는 동작은 시각적 유희를 더했다. 양손을 청중을 향해 세게 던지는 특유의 인사법도 더해서.
두 번째 앙코르곡 ‘레인보우 커넥션’이 나올 때 청중들은 옆자리 사람들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주치기도 했다. 한국 청중에겐 다소 낯선 작품이어서다. 그가 지난해 발매한 ‘더 디즈니 북’ 앨범 수록곡이자 디즈니 영화 ‘머펫 무비’ OST인 이 곡은 북미 청중들에겐 어릴 적의 향수와 동심을 불러 일으키는 화제의 곡. “랑랑의 자작곡이라 생각했다”는 청중도 있을 정도였지만 분명한 건 하나. 그 포근한 선율에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무대 뒤에서도 빛났던 거장 브론프만의 클래스
RCO의 솔리스트는 러시아 출신의 거장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65)이었다. 2015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손가락이 찢기는 사고에도 끝까지 좋은 연주를 선보이면서 전 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을 감동하게 한 인물. 그는 이번에도 ‘진정한 거장’의 면모를 보여줬다. 무대를 준비하는 자세부터 달랐다. 악단보다 하루 일찍 한국에 입국해 이틀 내내 무대 위에 놓인 두 대의 피아노 음색을 예민하게 비교해가며 공연에 올릴 피아노를 골랐다.
그는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비해 덜 유명하며, 다소 진중한 성격의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려줬다. 사실 브론프만에게 어떤 곡을 연주하는가는 따질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그는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의 재발견’이란 얘기가 나올 만큼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다. 사운드는 비할 데 없이 거대했고, 테크닉은 유려했다. 넓은 음역으로 펼쳐지는 화성과 옥타브 진행 등 웬만한 비르투오소가 아니면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운 리스트 작품 특유의 요소들도 그의 손에선 자유로웠다.
앙코르곡으로 그는 슈만의 아라베스크 C장조와 쇼팽 에튀드 12번 ‘혁명’을 택했다. 혁명을 연주할 땐 손가락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주를 선보여 환갑을 넘긴 나이를 무색하게 했다. 감동한 건 청중뿐만이 아니었다. RCO 단원들은 그의 연주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는 무대 한켠에 서서 두 손을 모은 채 소리 하나하나를 곱씹듯 감상했다. 브론프만이 ‘음악가들의 음악가’란 걸 보여준 명장면 하나. 1부에서 연주를 마치고도 2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그는 이날 아시아 투어를 마친 RCO 단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연주자들은 그의 애칭인 “FIMA”를 연호하며 존경의 마음을 한껏 드러냈다. 우리 시대 '살아있는 음악'의 통로, 조성진
클래식 공연 역대 최고가(55만원) 티켓으로 화제를 모은 베를린 필이 낙점한 인물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이었다. 아이돌 공연 못지않은 ‘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 전쟁)’ 탓에 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공연장 로비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으로 그의 연주를 줄 서서 바라보기도 했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초인적인 힘과 기교보단 표현의 깊이와 탄탄한 기본기가 곡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평소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라고 자주 언급해 온 곡인 만큼 조성진은 편안하면서도 여유로운 연주를 들려줬다.
이 곡은 다른 협주곡과 달리 솔리스트가 오케스트라보다 먼저 등장하는데, 화려한 선율이 아니었음에도 조성진의 서정적이면서도 세련된 음색은 충격적으로 강렬했다. 섬세한 테크닉에 통통 튀어 오르는 리듬부터 풍성한 루바토 처리, 대범할 땐 거침없이 뻗어나가다가도 노래할 땐 한없이 유려하게 속삭이는 광활한 표현까지. 그의 연주는 분명 ‘살아있는 음악’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창구였다.
뜨거운 박수 세례에 화답한 조성진의 앙코르곡은 리스트의 '순례의 해, 두번째 해-이탈리아' 중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104번'. 마치 물결을 만들어내듯 섬세하게 움직이는 손짓과 그에서 생겨나는 입체적인 소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마치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숨죽이던 청중들은 조성진의 손이 멈추자 참고 있던 환호성을 크게 터뜨리기도 했다. 랑랑처럼 특별한 제스처나 브론프만 같은 거대한 사운드 없이도 그의 담백하면서도 솔직한 음악은 듣는 이의 혼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조성진이 내년부터 베를린 필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직후 첫 공연이란 점에서 더 관심을 끌었다. 모든 음을 정제된 표현과 정갈한 터치로 살려내는 조성진과 치밀한 지휘를 고수하는 페트렌코의 음악은 마치 영혼의 단짝처럼 어우러졌다. 연주를 마친 뒤 서로를 끌어안은 조성진과 페트렌코의 뜨거운 눈빛에서 함께 이뤄낸 음악적 성취감도 읽을 수 있었다.
지휘자·협연자만큼 빛났던 '스타 단원들' 누구?
최고 오케스트라는 최고 솔로들의 합!
로열 콘세트르헤바우 오케스트라(RCO) 단원들은 지난 11일 연주를 끝마치고 무대 위에서 서로를 끌어안았다. 이튿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공연 직후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마치 “우리 오늘도 최고였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3대 오케스트라 서울대첩’의 진정한 주인공은 단원들이었다. 일류 악단엔 일류 단원들이 있기 마련.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전체 소리를 위해 조용히 헌신하다 적재적소에서 놀라운 존재감을 발휘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짜릿하다. 빈 필하모닉에서 가장 돋보인 건 악장 라이너 호넥이었다. 30년째 악장을 맡고있는 백발의 노장은 지휘자와 솔리스트로도 최고의 기량을 갖춘 인물이다. 빈 필과 베를린 필 멤버로 구성된 빈-베를린 챔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기도 하다. 상임지휘자 없이 운영되는 빈 필에서 사실상 지휘자나 다름없는 존재다. 짧은 솔로 파트에서도, 현악파트 합주에서도 그가 빈 필의 ‘황금빛 사운드’의 일등 공신임을 증명했다.
빈 필의 수석 바수니스트 소피 데르보는 32세의 나이에 베를린 필의 수석 콘트라 바수니스트(2013~2015)를 거쳐 빈 필의 수석 바수니스트로 무대에 서며 ‘양대 악단’을 섭렵했다. 최근 지휘자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7월 한국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지휘 데뷔 무대를 가져 이번 공연이 더 반가웠다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어느 악단보다 아름답고 조화로운 사운드를 선보인 RCO엔 악장 리비우 프루나루가 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비롯해 여러 국제 콩쿠르를 섭렵한 스타 플레이어. 1997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동아국제 콩쿠르에서도 우승한 바 있다. 2000년 RCO 현악 단원들로 구성된 ‘암스테르담 현악 4중주’를 결성한 ‘타고난 악장’이다.
RCO 공연의 스타는 단연 호른 수석 케이트 울리였다. 영국 출신의 그녀에게 단원들이 붙여준 별명은 (마가렛 대처에 빗댄) ‘철의 여인(The Iron Lady of Horn)’. 베버의 ‘오베른’ 서곡에서 뱃고동처럼 둥글고 깊은 사운드를 들려줬고,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2악장의 솔로 파트에서도 또 한번 활약했다.
베를린 필은 스타 단원들의 갈라쇼를 보는듯 했다. 목관 주자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클라리넷 수석 벤젤 푹스를 비롯해 플루트 수석 임마누엘 파후드, 오보에 수석 알브레히트 마이어는 모두 베를린 필을 대표하는 목관 주자이자, 세계적인 솔리스트들이다. 30년 이상 베를린 필에서 호흡을 맞춰온 내공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김보라/ 최다은/김수현/ 조동균 기자
※도움말=노승림 황장원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및 아르떼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