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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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제 농산물 가격이 하락세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최근 농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각국 농가가 생산량을 확대한 결과다. 내년 기후 조건도 완화되며 작황이 안정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요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식품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은행 라보뱅크의 분석을 인용해 내년 주요 식료품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덜란드 최대 농업협동조합은행인 라보뱅크는 글로벌 농업 기업에 관련한 대출업무를 주도하는 금융기관이다. 세계에서 신용도가 가장 높은 은행으로 불린다. 다만 고금리와 높은 물가 수준 때문에 내년 식료품 수요는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식품 가격은 급격히 치솟았다. 코로나 팬데믹과 공급망 혼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생산 비용이 증가해서다. 최근 식량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 도매가격을 분석하여 매월 발표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올해 1월 130.2에서 지난달 120.6까지 내려앉았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평균값(143.7)에 비해 19% 하락했다.

라보뱅크는 가격 상승에 따라 농가의 생산량이 확대되면서 커피 생두, 옥수수, 대두, 설탕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미 지역에선 브라질의 대두 생산량이 내년에 더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내년 대두 초과 공급 규모는 1억 6300만t으로 추산했다. 콜롬비아와 브라질의 커피 생두 생산량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과 공급량은 680만 봉지로 추산했다.

내년 기후 조건도 완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이상 기후로 인해 작황이 부진했지만, 내년에는 안정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지난 9월 태국의 설탕 생산량은 12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후 조건이 완화하면서 수확량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중남미 지역에서도 연평균 강우량이 증가해서 작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밀 가격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의 행보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러시아의 밀 작황은 개선됐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호주 등 남반구 국가들의 밀 수확량은 5년 연속 수요량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상 기후로 인해 가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FT는 "내년에는 세계 각국이 러시아산 밀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칼자루를 쥔 러시아 정부가 밀을 무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