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수험장에선 갑작스러운 정전에 교실 옮기고 시험 치르기도
시험장 착각·지각 위기 수험생 위해 전국 곳곳서 '수송 작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6일 일부 고사장에서 수험생이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거나 질병으로 인해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는가 하면 시험을 포기하겠다며 소란을 피운 사례가 발생했다.

제주지역 한 시험장에서는 갑자기 정전이 발생해 수험생들이 황급히 시험실을 옮기는 일이 벌어졌다.

또 아침부터 전국 곳곳에서 시험장을 착각하거나 지각 위기에 처한 사례가 잇따라 경찰 오토바이부터 순찰차, 서장 관용차까지 총동원된 '수송 작전'이 벌어졌다.

[수능] '너무 긴장했나' 호흡곤란에 "보내달라" 포기 소란까지
◇ 컨디션 난조 수험생들, 포기 혹은 병원서 응시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제25시험지구 1시험장인 인천시 계양구 계양고등학교에서 수험생 A(19)군이 과호흡 증상을 호소한다는 119 신고를 접수했다.

A군은 1교시가 끝난 뒤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자 보건실을 찾았다.

평소에도 같은 증세를 자주 보였던 A군은 이날도 별도 시험실에서 시험을 보고 있었으나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결국 시험을 포기하고 병원 치료를 택했다.

비슷한 시각 충북 제천시 한 시험장에서는 수험생 B(19)군이 호흡곤란에서 쓰러지는 일이 일어났다.

B군은 오전 10시까지인 1교시 국어 과목 시험을 마친 뒤 휴식 시간에 화장실을 갔다가 교실로 돌아오던 중 과호흡으로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B군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과호흡이 온 것으로 보고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B군은 오전 11시께 회복해 병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예정보다 30분가량 늦게 2교시 수학 과목 시험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 속초에서는 전날 오전 4시께 복통을 호소하며 보광병원 응급실을 찾은 C(18)군이 급성 충수염으로 복강경을 통한 응급 수술을 받았다.

병원 측은 A군이 수능을 치르는 데 문제가 없도록 1인실을 제공하면서 같은 병동 환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C군은 병원과 환자 모두의 협조 덕에 수험장 같은 분위기 속에서 무사히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능] '너무 긴장했나' 호흡곤란에 "보내달라" 포기 소란까지
◇ 전자기기 반입 퇴실 '철퇴'…"보내달라" 소동 사례도
반입 금지 물품을 소지해 퇴실 조처되는 사례도 어김없이 발생했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전주지역 한 시험장에서 감독관이 2교시 중 전자시계를 발견해 수험생에게 자술서를 받고 퇴실시켰다.

전주지역 또 다른 시험장에서는 2교시 중 교실에 모아둔 수험생 가방에서 진동이 울려 금속탐지기 조사로 휴대전화가 발견됐고, 쉬는 시간에 가방에서 휴대전화 소리가 울려 적발되기도 했다.

군산지역 D 시험장에서는 1교시 중 한 수험생이 시험 포기를 요청해 감독관이 대기실로 데려가 확인서를 받고 퇴실 조치했다.

이 수험생은 대기실에서 "밖으로 보내달라"며 잠시 소란을 피운 것으로 파악됐다.

시험장에서 정전이 발생해 수험생들이 시험실을 옮기고 2교시 시험이 7분 늦게 시작된 사례도 있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수능 1교시 종료 5분여를 앞둔 오전 9시 55분께 제주시 남녕고 시험장 2개 시험실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에 해당 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르던 학생들은 예비 고사실로 이동해 시험을 치렀다.

해당 수험생들에게는 추가로 5분의 시간이 부여됐다.

이로 인해 남녕고 전체 응시생의 2교시 시험은 애초 오전 10시 30분에서 7분 늦게 시작됐다.

[수능] '너무 긴장했나' 호흡곤란에 "보내달라" 포기 소란까지
◇ '경찰 없었으면 망칠 뻔'…서장 관용차까지 동원해 수송
전국 곳곳에서 시험장을 착각하거나 시간에 쫓긴 탓에 경찰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입실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오전 7시 47분께 대구 달서구 송현여고에 도착한 한 수험생이 교문 앞에서 근무 중인 기동대원에게 울상인 표정으로 "여기가 아닌가 봐요.

잘못 온 거 같아요"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즉각 이 수험생을 순찰차에 태워 시험장인 효성여고로 내달렸다.

수험생은 무사히 입실했다.

두 시험장은 직선거리 2.4㎞, 차로 6분 거리에 불과했으나, 시내버스를 이용했다면 20분가량이 걸렸을 거리였다.

오전 7시 55분 용인 구성고등학교에서도 수험생이 학교를 착각해 시험장을 잘못 찾아온 일이 일어났다.

때마침 현장에서 수험생 입실 상황 등을 점검하던 이종길 용인서부경찰서장은 학생 수송 및 기타 신고 출동으로 인해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순찰차가 없다는 보고를 받고는 곧바로 서장 관용차를 내줬다.

사이드카(오토바이)로 수험생을 태운 서장 관용차를 에스코트해 7㎞ 떨어진 보라고등학교까지 안전하게 이송했다.

전북 완주군 산골인 화산면에서는 60세 만학도 수험생이 부지런히 읍내 고산터미널에 도착했으나 오전 7시 22분 전주로 출발하는 버스를 간발의 차이로 놓쳐 112에 황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입실 완료를 불과 40여분 앞둔 시간, 경찰은 수험생을 태운 뒤 22㎞ 떨어진 전주성심여자고등학교까지 쏜살같이 내달려 무사히 수험생을 내려줬다.

(최은지 이성민 최영수 전지혜 양지웅 나보배 강영훈 김선형 박영서 기자)
[수능] '너무 긴장했나' 호흡곤란에 "보내달라" 포기 소란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