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신약 하나'로 40% 오른 HK이노엔…조정은 매수기회?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하반기 들어 40% 상승…증권가선 추가 상승 기대
케이캡 국내 공동판매 계약 만료 따른 수익성 개선 가능성
미국 임상 3상 결과 도출 및 유럽 파트너사 결정 모멘텀도
사진=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 ‘케이캡’. HK이노엔 제공
사진=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 ‘케이캡’. HK이노엔 제공
HK이노엔은 하반기에 들어선 뒤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최근 들어 일주일 넘게 조정이 이어지고 있지만, 6월 종가 대비로는 40% 가량 올랐습니다. 5년 전인 2018년 처음 국내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테고프라잔) 덕입니다. 국산 신약 중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넘긴 케이캡은 내년 미국과 유럽에서의 성과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고점 찍고 조정받는 동안에도 목표가 상향 및 신규제시 이어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HK이노엔은 직전 거래일과 같은 4만21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8일 4만500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5거래일동안 조정을 받다가 하락을 멈춘 겁니다. 최근의 조정에도 16일 종가는 6월말(3만100원) 대비 39.70% 오른 수준입니다.
[마켓PRO] '신약 하나'로 40% 오른 HK이노엔…조정은 매수기회?
증권가에서는 HK이노엔이 추가 상승할 여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정이 이뤄지는 동안에도 유안타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5만원에서 5만5000원으로 올렸고, 유진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이 새롭게 ‘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컨센서스에 부합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전 프리뷰(전망) 기간에는 삼성증권(4만5000원→5만원), 교보증권(4만6000원→4만9000원), 하나증권(4만5000원→5만원), 다올투자증권(4만8000원→5만1000원), 신한투자증권(4만5000원→5만원), SK증권(4만6000원→5만4000원) 등 6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상향했고요.

실적 자체가 대단하지는 않았습니다. HK이노엔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2156억원, 영업이익은 0.7% 늘어난 224억원입니다. 작년에 케이캡의 미국 임상 3상이 승인된 데 따라 받은 마일스톤(기술료)의 역기저 효과와 당뇨 치료제 슈가논(에보글리팁)의 공동판매 종료에 따른 매출 공백이 있었지만, 역성장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도 증권가는 호실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케이캡이 국내에서 같은 계열의 경쟁약 출시됐는데도 성장했고, 생산설비를 증설한 수액제의 성장이 두드러진 덕입니다. 3분기 케이캡 매출은 1년 전 대비 39.3% 늘어난 329억원, 수액제는 21.6% 증가한 32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케이캡 공동판매 재계약 따른 수익성 향상 가능성

내년부터는 수익성이 더 좋아질 전망입니다. 올 연말 케이캡의 공동판매 계약이 종료되면 판매수수료율이 대폭 낮아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의 국내 시판허가를 받은 뒤 공동판매 파트너로 종근당과 손을 잡았습니다. 국내 영업에 일가견이 있는 종근당과의 공동판매는 케이캡 출시 3년만에 국산 신약으로는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의약품 한 품목의 연간 매출이 100억원만 넘어도 ‘블록버스터’라는 호칭을 붙이는 국내 제약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결과였죠.

케이캡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점도 도움이 됐습니다. 2019년 다른 계열의 위산분비억제제 성분인 라니티딘에서 발암우려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건강보험 급여가 정지돼 케이캡이 수혜를 본 겁니다.

예상보다 가파른 매출 성장이 HK이노엔에 좋은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케이캡 매출이 출시 당시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해 공동판매에 따른 수수료율도 급격히 증가했고, 이에 따라 케이캡 품목의 이익은 처방 규모에 비해 낮았다”고 설명합니다.

중국 시장 안착에 따른 로열티 수입 증가도 기대됩니다. HK이노엔의 중국 파트너사인 뤄신은 올해 5월 타이신짠(케이캡의 중국 판매명)을 출시했습니다. 일반적인 공산품과 비교해 의약품은 신약이 시장에서 인정받는 과정이 더 깁니다.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사들은 새로운 의약품을 처방하는 데 보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뤄신은 연말까지 중국 내 대형병원 700개 중 80%에 침투하는 걸 목표로 세웠습니다. 목표가 달성되면 내년부터는 중국시장에 안착한 케이캡의 로열티가 유입됩니다. 증권가에선 HK이노엔이 내년 중국에서의 케이캡 판매에 따라 받을 로열티 추정치로 90억~130억원이 제시됐습니다. 하단인 90억원도 올해 HK이노엔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653억원) 13.78%애 달합니다.
[마켓PRO] '신약 하나'로 40% 오른 HK이노엔…조정은 매수기회?

내년 미국 임상 3상 결과 도출 및 유럽 지역 기술수출 기대

주가의 상승 모멘텀이 될 만한 이벤트도 예정돼 있습니다. 우선 미국에서의 케이캡 임상 3상이 내년 5월께 종료될 예정입니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시판허가 심사 절차 과정을 감안하면 케이캡이 미국 시장에 출시되는 시점은 2025년으로 예상되지만, 임상 결과의 발표 전후로 주가가 들썩거릴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미국 시장에 출시됐을 때의 성공 가능성도 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우선 케이캡과 같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P-CAB) 계열의 경쟁약이 미국 시장에는 일본 다케다제약이 개발한 보케즈나(보노프라잔) 하나 뿐입니다. 이 약도 내년에 출시될 예정으로 케이캡과의 미국 시장 진입 시점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보케즈나의 불순물 혼입 이슈로 인해 격차가 줄었습니다.

이선경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케즈나가 최근 FDA로부터 시판승인을 받아 케이캡의 미국 시장 점유율 침투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캐이캡이 속효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우월하기에 ‘계열 내 최고 약물(Best-in Class)’로서 경쟁력윽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유럽지역에서 케이캡을 개발하고 상업화할 파트너사의 결정도 HK이노엔의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개발‧상업화 권리를 파는 기술수출의 형태로 계약이 맺어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계약금을 수령하는 자체로 수익이 생기기도 합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다음으로 시장성이 높은 유럽 판권 매각 협상을 다수의 제약사들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미국에서의 상업화 속도를 감안하면) 유럽에서도 2026년 하반기에는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