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 칼럼] 레닌주의의 가련한 포로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바닥을 드러냈다. 벌게진 얼굴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건방진 놈이 한참 인생 선배들을 능멸하느냐” “이 노무 새끼”라고 훈계하고 폭언했다. “나라를 위해 뭘 했나” “내 용서하지 않겠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위협했다.

저급한 광기의 언행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인간이 좀 덜됐다’며 고개를 저었다. ‘민주 투사’에서 ‘인간 이하’로 추락한 송영길의 정신세계는 대체 뭘까. 목표를 위해 폭력도 마다하지 않고 대중을 지도 대상으로 보는 사나운 레닌주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악의 제국’ 소련 건설의 사상적 기초인 레닌주의는 그 시절 86세대를 사로잡은 변혁이론이다. 한 장관이 ‘우월한 척하며 가르치려 든다’고 지적한 것처럼 허황하고 삐뚤어진 선민의식이 레닌주의의 한 특질이다.

레닌주의자로서 면모를 가장 짙게 풍기는 이는 다름 아닌 조국 전 장관이다. 법학자 시절 ‘법·제도에 대한 민중 통제’를 제안하는 도발적 논문까지 발표했다. 법원·검찰 같은 사법기구를 대중이 통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법에 대한 인민의 우위’를 강조하는 레닌주의를 빼닮았다. 최근 ‘비법률적 방법의 명예회복’을 선언한 대목에서도 여전한 그의 내면이 읽힌다.

‘레닌주의자 조국’을 상정하면 공수처 설립이 ‘검찰 개혁의 핵심’이라며 그토록 매달린 미스터리도 풀린다. 3년째 개점휴업이라 지금은 무용지물로 욕을 먹지만, 조국류(類) 집권 시 여론몰이해가며 검찰·법원을 옭아매는 핵심 도구로 악용될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의 폭주 DNA도 레닌주의에 가깝다. 레닌주의 도덕의 핵심은 ‘목적은 어떤 수단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검사 수십 명을 좌표 찍고 보복 탄핵까지 하는 사법 테러는 살벌한 레닌주의 도덕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가 공산당이냐’는 당 내부 반발도 그렇다. 권력 유지·확대에 도움 된다면 무슨 일도 마다하지 않는 반문명이 자초한 일이다.

뒤통수를 치는 듯한 입법도 마찬가지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주고 민법의 여러 원칙에도 배치되는 역대급 악법이다. 하지만 레닌주의 시각으로 보면 다르다. 노동계급이 국가, 전위정당과 함께 ‘3중 통제’하는 방식을 ‘이상적 기업 모델’로 삼기 때문이다. ‘국가와 정치의 통제’가 선(善)이기에 ‘모든 면허산업에 횡재세 부과’와 같은 당혹스러운 해법이 끊임없다.

독선과 불통의 심정적 레닌주의자들은 정치판을 넘어 이제 사회 전반에 차고 넘친다. 민주당의 하청을 받고 ‘용역 투쟁’(정호희 전 민노총 대변인) 중인 거대 노조는 두말하면 입 아프다. 적잖은 언론이 나라를 B급 레닌주의로 몰아간다. 라디오는 정파적 진행자와 패널에게 점령돼 온종일 ‘땡좌’(파) 뉴스를 쏟아낸다. 그들에게 민주당은 서민 챙기는 정당, 이준석은 정치 천재지만 윤 대통령은 ‘악의 수장’일 뿐이다. 사법부도 심각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는 공인 아닌 사인’이라는 낯 뜨거운 판결문까지 나왔다.

레닌주의는 ‘한 번 잡은 권력은 절대 놓지 않는다’는 명제에 목숨건다. 레닌주의 대표국 중국 시진핑이 경제야 무너지든 말든 장기집권체제 구축에 올인 중인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발버둥 쳐도 레닌주의는 패배가 운명이다. 권력 의지는 강하지만 무능·무모한 데다 도덕 파탄 상태여서다. 혹 성공해도 지속이 어렵고, 어쩌다 꽤 오래 권력을 잡아도 냉혹한 역사의 평가를 못 피한다. 레닌주의에 기반해 30여 년 권좌를 누린 스탈린에게는 ‘인간 백정’이라는 최악 별칭이 붙어 있다. K레닌주의자와 그에 복종하는 개딸 부류에게도 가련한 미래가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