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아르바이트생’과 ‘나 홀로 사장님’ 그리고 ‘백수’…. 이들은 고용시장의 최약체로 통한다. 정부도 그동안 이들이 가장 생계를 위협받는 층이라고 보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최근 통계 수치들은 이를 면밀하게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묻고 있다.

청년 고용률이 역대 최고 수준임에도 쉬는 청년이 증가하는 게 그렇다. 일하지도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이른바 ‘청년 백수’는 올 들어 월평균 41만 명에 달한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청년 100명 중 2명꼴이었는데 지금은 5명에 육박한다. 나 홀로 사장님과 단기 알바도 크게 늘고 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5년 만에 최고치인 437만 명, 근로시간이 주당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는 역대 최고치인 160만 명에 육박한다. 고용지표 호전에도 이들이 증가하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이 중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사회 각 분야의 디지털 전환이 고용시장을 바꾼 결과다.

나 홀로 사장님들의 변화는 확연하다. 그동안 1인 자영업자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홀로 꾸역꾸역 식당이나 매장을 운영한 사례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키오스크나 온라인을 통한 주문이 보편화하고 배달 앱이 발달하다 보니 굳이 직원을 두지 않고 혼자 꾸려나가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

단기 알바로 일하다가 틈틈이 백수로 지내는 청년 역시 확 늘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응답한 20대 비율은 역대 최고인 60%에 육박한다. 주 36시간 미만 청년 취업자의 74.5%는 ‘일자리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고용당국은 이들이 무조건적 약자란 편견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 물론 고용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지, 소외된 약자가 없는지 꾸준히 챙겨야 한다. 하지만 정책의 선택지를 과거보다 넓히는 게 좋다. 중소 자영업자에겐 고용 유지에 따른 지원금 대신 자영업자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강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청년들을 위해서는 구직활동지원금 등 현금 지원보다 선택형 근무제를 확산하거나 주휴수당을 시급에 포함하는 등의 혜택이 더 나아 보인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도 시급하다. 수치 안의 변화를 포착하고 대응하는 정책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