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소프트랜딩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비롯해 각종 물가 지수는 둔화하고 있는 반면 경제 성장 속도는 오히려 빨라지고 있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고용과 소비 지출도 함께 둔화하면서 내년에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美경제 '연착륙' 현실화 물가·성장 두 토끼 잡나
15일(현지시간) 월가 전문가들은 연이어 연착륙 전망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낸시 반덴 호텐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 미국 경제학자는 “지금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연착륙”이라며 “경제가 상당히 약화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이 완전히 위축되는 것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서치업체 인플레이션인사이츠의 오메어 샤리프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로 측정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연말에 당초 전망 3.7%보다 낮은 3.4%를 기록할 것으로 보기도 했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것은 최근 발표된 10월 CPI가 계절 조정 기준 전월과 같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10월 물가가 전월보다 더 오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CPI의 선행지표로 평가되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0월에 전월 대비 0.5% 낮아져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물가가 잡히는 와중에도 일자리는 넘쳐난다. 미국은 8~10월 월평균 20만4000개의 일자리를 추가했다. 2019년의 월평균 16만3000개를 웃도는 수치다.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실질 GDP 증가율은 3분기 4.9%일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기가 서서히 침체 국면에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기존 실직자들이 새 일자리를 구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16일 미 노동부는 지난 5~11일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86만5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직전 주 대비 3만2000건 증가하며 2021년 11월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소비자가 씀씀이를 줄이는 조짐도 보인다. 미국소매협회는 11월부터 12월까지 소비자 지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22년 기록한 5.4% 증가율보다 낮은 수치다. 제러미 슈워츠 노무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상승으로 많은 기업과 가계가 충격에 더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