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도저' 마크롱, 연금 이어 관료주의 개혁 시동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연금개혁에 이어 ‘프랑스 고질병’으로 꼽히는 관료주의까지 손보겠다고 나섰다. 실업률 상승과 성장률 둔화를 타파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지만 국민들이 ‘개혁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50여 개 재계 대표단체를 만나 행정 규제 간소화 방안을 논의했다. 연말까지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2월 시행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재무부는 시민들이 관료주의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는 웹사이트도 열었다. 올해 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 국민 반대에 부딪혔던 만큼 이번엔 소통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이 관료주의 개혁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프랑스 경제가 저성장과 실업률 상승이라는 두 가지 위기에 놓였다는 판단에서다. 프랑스 실업률은 올해 1분기 7.1%에서 2분기 7.2%, 3분기 7.4%로 계속 오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약속한 ‘완전고용’을 달성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역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0%, 2분기에 0.5% 증가하는 데 그치며 올해 1%대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르메르 장관은 이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남은 (마크롱 정부 임기) 4년 동안 지금까지 성과에 안주할 것인지, 아니면 완전 고용과 재산업화, 공공 재정 회복을 목표로 구조 개혁을 통해 변화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밝혔다.

관료주의는 프랑스의 경제 도약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병폐로 꼽힌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많고 복잡해서 은행 계좌 하나를 개설하는 데도 한 달 이상 걸린다. 최근 프랑스 상원에서는 관료주의로 인한 비용이 연간 경제 생산량의 3%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2012~2017년 재임)도 2013년 40만 개에 달하는 기업·공공기관 규제를 줄이기 위해 이른바 ‘간소화 충격’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임기 말까지 770개 핵심 규제를 걷어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이런 간소화 정책을 확대·계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변수는 올해 연금개혁 과정에서 쌓인 국민의 개혁 피로감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4월 42%의 지지율을 얻으며 임기를 시작했으나 올초 연금개혁 구체안을 공개한 이후 지지율이 지난 5월 26%로 떨어졌고, 지난달까지 30%대 초·중반에 머물렀다.

입법 환경도 마크롱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지난해 6월 치러진 국민의회 선거에서 여당인 르네상스(전 전진하는 공화국)는 전체 577석 중 246석(42.6%)을 얻으며 과반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재무부 관계자는 “이 계획이 반드시 의회에서 법안으로 처리될 필요는 없고 행정부 조례 변경으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법안 개정 사항이 등장할 경우 여소야대 국면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