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신임 대표에 이규석 현대차 구매본부장(부사장)이, 현대제철 신임 대표엔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7일 이런 내용의 일부 계열사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통상 12월에 시행하던 대표 인사를 한 달가량 앞당긴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조기에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내정자는 1965년 출생으로 서울대를 졸업했다. 현대차 구매1사업부장을 거쳐 구매본부장을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내정자에 대해 “깔끔한 일 처리가 돋보인다”며 “업무에서 디테일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부품을 조기에 조달해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년간 현대모비스를 이끌어온 조성환 사장은 고문으로 물러난 뒤 내년부터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 직무 수행에 집중할 예정이다. 167개 회원국을 보유한 ISO는 자동차, 조선, 원자력 등 일반 산업 분야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해 한국인으로는 처음 ISO 수장에 당선됐다. 임기는 내년부터 2년이다.

서 내정자는 1968년생으로 서울대를 나왔다. 현대차 회계관리실장,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을 거쳐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서 내정자에 대해 “수익성 중심의 경영 체제 기틀을 마련했고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을 위한 혁신까지 담당해 왔다”고 말했다.

5년간 현대제철을 이끈 안동일 사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안 사장은 재임 기간 자동차 강판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썼다. 관계사인 현대차·기아 외 외부 판매 비중도 대폭 높였다. 현대제철의 차 강판 외부 판매 비중은 2018년 11%에서 올해 20%로 높아질 전망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는 기존 대표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 일부 계열사 대표는 추가 교체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빠른 데다 현대차그룹이 수시 인사를 지향하는 만큼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하반기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는 예년처럼 12월에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인사는 ‘안정 속 혁신’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신규 임원 선임은 100~200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처럼 40대를 대거 발탁해 미래 준비를 위한 성과 중심의 인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과 연계해 연구개발(R&D) 인재를 중용할 가능성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 따라 변화와 혁신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리더를 발탁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일규/배성수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