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기조 흔드는 정치권…예산 증액 요구 벌써 8.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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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절반도 안 끝났는데
총선 의식한 선심성 예산 봇물
총선 의식한 선심성 예산 봇물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내년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 대규모 증액을 요구하면서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건전재정 원칙에 따라 내년 예산을 올해(638조7000억원)보다 2.8%(18조2000억원) 늘린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는데 정치권 요구를 모두 반영하면 내년 예산 증가율이 이보다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증액 요구를 주도하면서 여야 간 ‘예산 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16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17개 상임위원회 중 보건복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행정안전 국토교통 환경노동 외교통일 법제사법 기획재정 국방 등 9개 상임위가 전체회의에서 내년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쳤다.
이 중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예산안이 가결되지 않은 국방위를 제외한 8개 상임위가 요구한 내년도 예산 순증액은 8조6821억원(증액 9조923억원-감액 4102억원)에 달한다.
순증액 기준으로 보면 보건복지위가 3조743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해수위(2조1277억원) 행안위(1조2241억원) 국토교통위(1조1885억원) 순이었다. 이 밖에 환노위(1763억원) 외교통일위(1757억원) 법사위(317억원) 기획재정위(150억원)도 일부 증액을 요구했다. 농해수위 행안위 국토교통위 환노위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증액안을 처리했다.
이들 8개 상임위가 요구한 증액안이 모두 반영되면 내년 예산은 665조5000억원가량으로 늘어난다. 올해 대비 예산 증가율은 4.2%에 달한다. 건전재정 기조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상임위 요구까지 추가되면 이 비율은 훨씬 높아질 게 확실시된다.
기재부는 17개 상임위에서 요구하는 예산 순증액이 15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023년 예산안’ 심의 때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요구한 순증액은 11조9000억원가량이었는데 이보다 더 늘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사업별로 보면 환노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1763억원 증액안을 가결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내년도 핵심 과제로 선정해 편성한 ‘청년취업진로 및 일경험지원 사업’ 예산은 전액(2382억원) 삭감했다.
새만금 개발사업은 정부 예산안 대비 3700억원 가까이 증액됐다. 국토교통위에서 새만금~전주 고속도로(857억원), 새만금 지역 간 연결도로(602억원), 새만금 신공항(514억원) 건설 예산이 늘었고 농해수위에서 새만금신항(1239억원), 새만금수목원(156억원) 건설 예산이 증가했다. 민주당은 정부와 국민의힘이 증액을 요구한 용산공원 조성(30억원)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실시설계 예산(61억원)은 감액했다.
국토교통위는 또 정액제 교통패스 사업 예산 2923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청년패스 월 3만원, 일반국민 데이패스 월 5만원 등 대중교통 이용자의 교통비를 절감해주겠다면서다. 정부·여당이 요구한 K패스 사업(516억원)과 사실상 중복되는데도 민주당이 끼워 넣은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9일 행정안전위에서 지역화폐 관련 예산을 7000억원 늘리기도 했다. 지역 인프라 관련 예산 또한 확대했다.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 지역 지원 예산을 정부 예산안(921억원) 대비 746억원 증액한 게 대표적이다. 대상 지역은 강원 7개 시·군과 대구 달성군, 경북 문경시 등이다. 재해위험지구 정비라는 명분을 앞세워 지역별로 41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예산도 918억원 늘렸다. 지역 표심을 겨냥한 전형적인 ‘총선용 예산’이란 지적이 나온다.
농해수위도 농가 비료 가격보조사업 예산을 576억원 증액한 것을 비롯해 수리시설 유지관리(347억원), 럼피스킨병 보상금(297억원) 등의 예산을 늘렸다. 이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농축산업계를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야 합의로 예비심사를 마친 보건복지위는 장애인 활동 지원에 2096억원, 정신병원 입원환자 의료급여 지원에 1438억원의 예산을 증액했다.
상임위 예비심사를 통과했다고 해서 증액된 예산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심사를 거쳐야 하는 데다, 예산 증액을 위해선 국가재정법 69조에 따라 기획재정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게 변수다. 여당까지 총선을 의식해 증액 요구에 가세하면 기재부가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아직 민주당만큼 적극적 증액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표심을 잡기 위해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사업과 임플란트 지원 확대 등 40대 주요 증액 사업을 제시한 상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16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17개 상임위원회 중 보건복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행정안전 국토교통 환경노동 외교통일 법제사법 기획재정 국방 등 9개 상임위가 전체회의에서 내년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쳤다.
이 중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예산안이 가결되지 않은 국방위를 제외한 8개 상임위가 요구한 내년도 예산 순증액은 8조6821억원(증액 9조923억원-감액 4102억원)에 달한다.
순증액 기준으로 보면 보건복지위가 3조743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해수위(2조1277억원) 행안위(1조2241억원) 국토교통위(1조1885억원) 순이었다. 이 밖에 환노위(1763억원) 외교통일위(1757억원) 법사위(317억원) 기획재정위(150억원)도 일부 증액을 요구했다. 농해수위 행안위 국토교통위 환노위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증액안을 처리했다.
이들 8개 상임위가 요구한 증액안이 모두 반영되면 내년 예산은 665조5000억원가량으로 늘어난다. 올해 대비 예산 증가율은 4.2%에 달한다. 건전재정 기조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상임위 요구까지 추가되면 이 비율은 훨씬 높아질 게 확실시된다.
기재부는 17개 상임위에서 요구하는 예산 순증액이 15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023년 예산안’ 심의 때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요구한 순증액은 11조9000억원가량이었는데 이보다 더 늘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국회 요구 다 반영하면 예산 4% 넘게 늘려야
16일까지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친 9개 상임위원회 중 더불어민주당이 증액안을 단독 처리한 상임위는 행정안전위 국토교통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환경노동위 등 네 곳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강조하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새만금 개발, 정액제 교통패스 사업 등을 담당하는 상임위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민주당이 증액 요구를 단독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전날 과방위 전체회의 전에 열린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을 8000억원가량 증액했다.사업별로 보면 환노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1763억원 증액안을 가결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내년도 핵심 과제로 선정해 편성한 ‘청년취업진로 및 일경험지원 사업’ 예산은 전액(2382억원) 삭감했다.
새만금 개발사업은 정부 예산안 대비 3700억원 가까이 증액됐다. 국토교통위에서 새만금~전주 고속도로(857억원), 새만금 지역 간 연결도로(602억원), 새만금 신공항(514억원) 건설 예산이 늘었고 농해수위에서 새만금신항(1239억원), 새만금수목원(156억원) 건설 예산이 증가했다. 민주당은 정부와 국민의힘이 증액을 요구한 용산공원 조성(30억원)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실시설계 예산(61억원)은 감액했다.
국토교통위는 또 정액제 교통패스 사업 예산 2923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청년패스 월 3만원, 일반국민 데이패스 월 5만원 등 대중교통 이용자의 교통비를 절감해주겠다면서다. 정부·여당이 요구한 K패스 사업(516억원)과 사실상 중복되는데도 민주당이 끼워 넣은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9일 행정안전위에서 지역화폐 관련 예산을 7000억원 늘리기도 했다. 지역 인프라 관련 예산 또한 확대했다.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 지역 지원 예산을 정부 예산안(921억원) 대비 746억원 증액한 게 대표적이다. 대상 지역은 강원 7개 시·군과 대구 달성군, 경북 문경시 등이다. 재해위험지구 정비라는 명분을 앞세워 지역별로 41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예산도 918억원 늘렸다. 지역 표심을 겨냥한 전형적인 ‘총선용 예산’이란 지적이 나온다.
농해수위도 농가 비료 가격보조사업 예산을 576억원 증액한 것을 비롯해 수리시설 유지관리(347억원), 럼피스킨병 보상금(297억원) 등의 예산을 늘렸다. 이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농축산업계를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야 합의로 예비심사를 마친 보건복지위는 장애인 활동 지원에 2096억원, 정신병원 입원환자 의료급여 지원에 1438억원의 예산을 증액했다.
상임위 예비심사를 통과했다고 해서 증액된 예산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심사를 거쳐야 하는 데다, 예산 증액을 위해선 국가재정법 69조에 따라 기획재정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게 변수다. 여당까지 총선을 의식해 증액 요구에 가세하면 기재부가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아직 민주당만큼 적극적 증액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표심을 잡기 위해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사업과 임플란트 지원 확대 등 40대 주요 증액 사업을 제시한 상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