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한 EU ETF 업계…왕좌를 노리는 美 자산운용사들 [글로벌 ETF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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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TF 트렌드
올해 EU 상장 ETF 중 절반은 적자 기록
시장은 커졌지만 각종 규제로 비용 급증
비용 감당할 수 있는 글로벌 운용사 진출 심화 올해 유럽연합(EU) 회원국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중 절반이 수익보다 비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 수수료보다 더 큰 비용을 들여 펀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지수 라이선스 비용 부담이 갈수록 증가해서다. 빈틈을 노리고 미국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사가 지수를 추종하지 않는 액티브 ETF를 활용해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ETF 전문 매체 ETF 스트림에 따르면 유럽연합 공모펀드 투자기준(UCITS)을 등록한 ETF 1852개 중 51.5%인 955개만이 운용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 상장된 펀드 중 절반은 본전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UCITS는 EU가 1985년 도입한 공모 펀드 표준화 지침이다. 역내 공모펀드를 표준화해서 펀드 시장을 단일화하는 게 골자다. EU의 자산운용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UCITS을 등록한 펀드는 EU 회원국 증권거래소 어디서든 상장해서 펀드를 판매할 수 있다. 2004년 파생상품으로 대상을 확대한 뒤 2009년 UCITS 프레임워크를 모두 통합했다.
펀드 규제에 대한 단일 표준이 정해진 뒤 EU의 ETF 시장은 급성장했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EU 역내 상장된 ETF 운용자산(AUM) 규모는 2010년 2080억달러에서 올해 1조 600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UCITS를 등록한 펀드 개수도 935개에서 1852개로 2배 이상 늘었다.
규모가 커진 데 반해 수익성은 부진한 모습이다. EU에 거래되고 있는 ETF 중 절반인 917개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174개 ETF는 손익분기점(BEP) 범위에 근접했지만, 721개(39%)는 고질적인 적자를 유지하고 있다. EU 상장 ETF의 수익성이 부진한 것은 높은 운용비용 때문이다. AUM 대비 총비용비율(TER)로 산출한 수익보다 운용비용이 더 많아서다. UCITS에 등록한 ETF의 운용 비용은 연평균 20만~35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티그룹은 EU 상장 ETF의 연간 BEP가 8만~5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 수수료율이 연 0.5%인 점을 감안하면, AUM은 최소 1600만달러 이상 유지해야 본전을 되찾을 수 있는 셈이다.
지수 라이선스 비용이 EU 상장 ETF의 운용비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ETF 스트림은 EU에 상장된 패시브 ETF의 라이선스 비용이 총수익의 50~60%를 차지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여기에 미국보다 엄격한 규제로 인한 감사 및 규율 준수 비용 등을 더하면 부담이 더 커진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유럽 ETF 솔루션 책임자인 시아란 피츠패트릭은 "EU 추가 상장 및 UCITS 등록 비용, 특정 EU 회원국에 대한 규제 준수 비용, 미국에선 관련 항목조차 없는 시장 조성 비용 등을 감안하면 운용 비용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U의 각종 규제 탓에 같은 지수를 추종해도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와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UCIST 등록 ETF 중 운용자산이 가장 큰 '아이셰어즈 핵심 MSCI 월드 UCITS ETF(티커명 SWDA)'의 수익률(달러 기준)은 올 들어 11.1%를 기록했다. SWAD는 MSCI 월드 지수를 추종한다. 운용자산은 558억달러에 이른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MSCI 월드 ETF(URTH)'의 올해 수익률은 13.3%에 이른다.
EU 증시에서 비효율성이 발생하자 빈틈을 노리고 미국 자산운용사가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EU 소속 자산운용사가 지수를 추종하지 않는 액티브 ETF 운용 역량이 미국에 비해 떨어져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액티브 ETF 시장 규모는 올해 5000억달러를 넘겼지만, EU는 250억달러에 불과하다. FT에 따르면 JP모간체이스는 EU 증시에 상장할 액티브 ETF를 확대할 방침이다. 선도 기업이 없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취지다. 올 1~8월 JP모간이 EU 증시에 상장한 액티브 ETF에 유입된 투자금은 약 100억달러에 달했다. EU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채권을 중심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핌코도 EU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핌코는 이미 EU 증시에서 총 58억 유로 규모의 채권 액티브 ETF를 운용하고 있다.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도 영국의 라이즈 ETF를 인수하며 EU의 액티브 펀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무주공산인 EU 액티브 펀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영국의 자산운용사 HANetf의 마누지 미스트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대형 자산운용사들만이 EU 규제당국이 부과하는 각종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며 "이들은 다양한 범주의 ETF를 물량 공세를 벌이듯 선보이는 '슈퍼마켓'형 전략을 통해 전체 수익률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올해 EU 상장 ETF 중 절반은 적자 기록
시장은 커졌지만 각종 규제로 비용 급증
비용 감당할 수 있는 글로벌 운용사 진출 심화 올해 유럽연합(EU) 회원국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중 절반이 수익보다 비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 수수료보다 더 큰 비용을 들여 펀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지수 라이선스 비용 부담이 갈수록 증가해서다. 빈틈을 노리고 미국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사가 지수를 추종하지 않는 액티브 ETF를 활용해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ETF 전문 매체 ETF 스트림에 따르면 유럽연합 공모펀드 투자기준(UCITS)을 등록한 ETF 1852개 중 51.5%인 955개만이 운용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 상장된 펀드 중 절반은 본전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UCITS는 EU가 1985년 도입한 공모 펀드 표준화 지침이다. 역내 공모펀드를 표준화해서 펀드 시장을 단일화하는 게 골자다. EU의 자산운용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UCITS을 등록한 펀드는 EU 회원국 증권거래소 어디서든 상장해서 펀드를 판매할 수 있다. 2004년 파생상품으로 대상을 확대한 뒤 2009년 UCITS 프레임워크를 모두 통합했다.
펀드 규제에 대한 단일 표준이 정해진 뒤 EU의 ETF 시장은 급성장했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EU 역내 상장된 ETF 운용자산(AUM) 규모는 2010년 2080억달러에서 올해 1조 600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UCITS를 등록한 펀드 개수도 935개에서 1852개로 2배 이상 늘었다.
규모가 커진 데 반해 수익성은 부진한 모습이다. EU에 거래되고 있는 ETF 중 절반인 917개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174개 ETF는 손익분기점(BEP) 범위에 근접했지만, 721개(39%)는 고질적인 적자를 유지하고 있다. EU 상장 ETF의 수익성이 부진한 것은 높은 운용비용 때문이다. AUM 대비 총비용비율(TER)로 산출한 수익보다 운용비용이 더 많아서다. UCITS에 등록한 ETF의 운용 비용은 연평균 20만~35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티그룹은 EU 상장 ETF의 연간 BEP가 8만~5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 수수료율이 연 0.5%인 점을 감안하면, AUM은 최소 1600만달러 이상 유지해야 본전을 되찾을 수 있는 셈이다.
지수 라이선스 비용이 EU 상장 ETF의 운용비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ETF 스트림은 EU에 상장된 패시브 ETF의 라이선스 비용이 총수익의 50~60%를 차지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여기에 미국보다 엄격한 규제로 인한 감사 및 규율 준수 비용 등을 더하면 부담이 더 커진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유럽 ETF 솔루션 책임자인 시아란 피츠패트릭은 "EU 추가 상장 및 UCITS 등록 비용, 특정 EU 회원국에 대한 규제 준수 비용, 미국에선 관련 항목조차 없는 시장 조성 비용 등을 감안하면 운용 비용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U의 각종 규제 탓에 같은 지수를 추종해도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와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UCIST 등록 ETF 중 운용자산이 가장 큰 '아이셰어즈 핵심 MSCI 월드 UCITS ETF(티커명 SWDA)'의 수익률(달러 기준)은 올 들어 11.1%를 기록했다. SWAD는 MSCI 월드 지수를 추종한다. 운용자산은 558억달러에 이른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MSCI 월드 ETF(URTH)'의 올해 수익률은 13.3%에 이른다.
EU 증시에서 비효율성이 발생하자 빈틈을 노리고 미국 자산운용사가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EU 소속 자산운용사가 지수를 추종하지 않는 액티브 ETF 운용 역량이 미국에 비해 떨어져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액티브 ETF 시장 규모는 올해 5000억달러를 넘겼지만, EU는 250억달러에 불과하다. FT에 따르면 JP모간체이스는 EU 증시에 상장할 액티브 ETF를 확대할 방침이다. 선도 기업이 없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취지다. 올 1~8월 JP모간이 EU 증시에 상장한 액티브 ETF에 유입된 투자금은 약 100억달러에 달했다. EU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채권을 중심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핌코도 EU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핌코는 이미 EU 증시에서 총 58억 유로 규모의 채권 액티브 ETF를 운용하고 있다.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도 영국의 라이즈 ETF를 인수하며 EU의 액티브 펀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무주공산인 EU 액티브 펀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영국의 자산운용사 HANetf의 마누지 미스트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대형 자산운용사들만이 EU 규제당국이 부과하는 각종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며 "이들은 다양한 범주의 ETF를 물량 공세를 벌이듯 선보이는 '슈퍼마켓'형 전략을 통해 전체 수익률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