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골디락스를 가리키는 경제지표

월마트 "소비자 지갑이 닫힌다…몇 개월 안 디플레 예상" [나수지의 미나리]
16일(현지시간) 개장 전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가운데 물가는 안정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미국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3만1000건으로 예상치인 22만건을 웃돌았습니다. 지난주 발표된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도 기존보다 1000건 늘어난 21만8000건으로 조정됐습니다. 4주 평균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 대비 7750건 늘어난 22만25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반적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수가 늘면서 노동시장이 완만하게 식어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미국의 경기 흐름을 엿볼 수 있는 11월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지수는 -5.9로 전월의 -9, 예상치인 -7.5보다 개선됐습니다. 필라델피아 연은이 발표하는 제조업지수는 0보다 낮으면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경기가 둔화하고 있지만 예상보다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월마트 "소비자 지갑이 닫힌다…몇 개월 안 디플레 예상" [나수지의 미나리]
10월 미국 수출입 지표에서 수입품 가격은 -0.8%로 집계됐습니다. 예상치인 -0.3%보다 낮았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에너지를 제외한 수입물가는 -0.2% 하락했습니다. 수입 가격이 낮아지면 물가도 안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10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모두 예상보다 둔화한 가운데 수입물가까지 안정되면서 물가가 서서히 낮아지는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키웠습니다.

엇갈린 소매업체 4분기 전망

이번주 3분기 실적을 발표중인 소매업체들은 각기 엇갈린 4분기 소비 전망을 내놨습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TJX는 4분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타깃은 신중한 전망을 내놓으며 두 기업 주가가 엇갈렸습니다. 이 날 실적을 발표한 월마트와 메이시스도 비슷했습니다. 월마트는 디플레이션을 예고하며 신중한 전망을 내놓은 데 비해, 메이시스는 실적 전망치를 상향하며 기대치를 높여잡았습니다.
월마트 "소비자 지갑이 닫힌다…몇 개월 안 디플레 예상" [나수지의 미나리]
월마트는 3분기 주당순이익(EPS)이 1.53달러로 예상치인 1.51달러보다 높았고, 매출은 1608억달러로 예상치인 1593억을 웃돌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자상거래 매출이 세계적으로 전년동기대비 15% 늘고, 미국에서만 전년동기대비 24% 증가하면서 실적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예상치인 6.48달러보다 낮은 6.40~6.48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이날 오전장에서 월마트 주가는 8%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CFO는 "고객들이 더 낮은 가격을 고집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주요 프로모션 때만 소비가 살아났다가 세일 전후로 구매가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된다"고 말했습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미국에서 앞으로 몇달간 디플레이션 기간이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이 얼마나 극적일지 말하기는 이르다"고 내다봤습니다.
월마트 "소비자 지갑이 닫힌다…몇 개월 안 디플레 예상" [나수지의 미나리]
메이시스는 3분기 주당순이익이 0.21달러를 기록해 예상치인 -0.0005달러 대비 '깜짝' 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50억달러로 예상치인 47억9000만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상품 재고가 6% 줄면서 총마진이 지난해 38.7%에서 40.3%로 높아진 게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연간 가이던스도 상향조정 했습니다. 매출 전망은 1억달러 높인 229억달러로 노였고, 동일매장 매출 전망도 기존 -7.5%성장에서 -7%성장으로 바꿨습니다. 제프 제넷 메이시스 CEO는 "연휴 시즌동안 뷰티부문을 비롯해 다양한 부문의 매출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 날 미국증시 오전장에서 메이시스 주가는 6%넘게 상승했습니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