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가 쏘아올린 美 소비둔화 신호탄…유가 4% 넘게 급락 [오늘의 유가]
월마트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 급락
맥밀런 CEO "몇달 간 소모품 가격 하락"
CPI·PPI·소매판매도 '경기 둔화' 예견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재개 소식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가 16일(현지시간) 하루만에 4% 넘게 급락했다. 전세계 수요를 견인하는 미국에서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4.9% 감소한 배럴 당 72.92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물은 전날보다 4.53% 내린 77.5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하락 폭은 지난달 4일 이후 가장 크다. 유가는 이달 들어 약 10% 넘게 하락해 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마트가 쏘아올린 美 소비둔화 신호탄…유가 4% 넘게 급락 [오늘의 유가]
연이은 유가 하락은 세계의 소비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생산과 소비가 모두 둔화한 여파로 해석된다.

이날 유가 하락의 신호탄은 월마트가 쐈다. 월마트는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 3분기 매출이 1608억400만달러(약 208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5.23% 증가했으며 월가 전망치인 1596억5076만달러도 상회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식품과 소모품 가격이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디플레이션을 예견했다. 이후 월마트 주가는 8% 넘게 하락했다.

소매판매,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등 경제 지표들은 모두 미국 경기 둔화를 예견하고 있다. 전날 미 상무부는 10월 소매 판매가 0.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7개월만에 소매 판매가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전날 발표된 10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0.5% 하락하며 경기 둔화를 예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가 0.1% 상승을 전망한 것보다 크게 밑도는 수치다. 앞서 나온 10월 미국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연간 3.2% 상승하며 전월보다 상승 폭이 0.5%포인트 줄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 원유저장소 전경. 로이터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 원유저장소 전경. 로이터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 애널리스트는 "시장 심리가 부정적이며 차트도 부정적"이라며 현재 유가 시장이 비관론에 휩싸여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심리를 바꾸려면 뭔가가 필요하지만, 그 전까지는 사람들이 분위기에 휩쓸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급 측면에서도 유가 하락 요인이 있었다. 바로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갖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생산이 재개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 석유기업 셰브론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PDVSA에 연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2019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취임한 이후 원유 수출 등 경제활동을 전방위적으로 제재했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러사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동시에 전개되며 유가가 뛰자, 베네수엘라와의 악연을 뒤로 하고 원유 수출 제재를 일부 완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지인 중동과 러시아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는 평가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