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 연구팀 "혈연·이해관계 없는 다른 집단 보노보 간 협력 행동 확인"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가족 이외의 집단과 강하고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자원을 공유한다는 통념을 깨뜨리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야생 보노보의 행동을 관찰하는 연구에서 이들도 혈연관계가 아니고 이해관계도 전혀 없는 다른 집단의 개체와 사회적으로 협력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사이테크+] 협력의 기원은…"야생 보노보도 다른 집단 간 사회적 협력"
미국 하버드대와 독일 영장류센터 연구팀은 17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인류와 가까운 영장류 중 하나인 보노보(Pan paniscus)의 친사회적 행동을 조사하는 연구를 통해 보노보 개체들의 협력 관계가 자기 집단을 넘어 다른 집단으로까지 확장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유전학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와 보노보는 협력과 갈등 같은 행동의 진화를 연구하는 데 자주 이용된다.

두 종은 모두 암수 성체로 구성된 집단에서 생활하지만, 집단 간 상호작용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더 많이 연구된 침팬지의 경우 서로 다른 집단 간 관계는 주로 적대적이며 치명적인 공격을 주고받는 것도 드물지 않기 때문에 인간 진화 모델에서는 집단 적대감과 폭력성이 인간 본성에 내재해 있다고 가정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가족이나 집단의 경계를 넘어선 협력은 인간 사회 기능의 핵심이지만 이런 행동의 진화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이를 규명하기 위해 콩고민주공화국 코코로포리 보노보 보호구역에 있는 두 집단 보노보의 털 골라주기, 행동 함께하기, 먹이 공유하기 등 행동을 2년간 관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체 수컷 3마리와 암컷 8마리로 이루어진 에칼라칼라 집단과 성체 수컷 7마리와 암컷 13마리로 이루어진 코코알롱고 집단의 내부 개체 간 상호작용과 다른 집단에 속한 개체와의 상호작용을 관찰해 집단 간 협력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2년간 두 그룹 간 만남은 모두 95회 기록됐고 만남이 지속된 시간은 1시간 미만부터 14일까지 매우 다양했다.

관찰된 집단 내 또는 집단 간 상호작용은 털 골라주기 2천744건, 행동 함께하기 592건, 먹이 공유하기 650건 등이다.

[사이테크+] 협력의 기원은…"야생 보노보도 다른 집단 간 사회적 협력"
다른 집단에 속한 보노보들 사이의 협력적 상호작용은 무작위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친사회적 성향을 보이는 소수의 개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교신저자인 하버드대 마틴 서벡 교수는 "보노보는 호의를 베풀 가능성이 높은 다른 집단의 특정 개체들과 먼저 상호작용하며, 그 결과 친사회적 개체들 사이에 강한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개체 간 연결은 인간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협력의 핵심적인 측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노보들 사이에서는 침팬지와는 달리 다툼이 치명적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관찰되지 않았다.

제1 저자 겸 공동 교신저자인 독일 영장류센터 리란 사무니 박사는 "다른 집단의 개체들이 상대에 대해 놀라운 수준의 관용을 보여줬다"며 "이런 관용은 집단 간 동맹 형성의 토대가 되는 것으로 침팬지 행동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보노보들이 보인 사회적 협력이 인간의 행동과 유사하다면서 이는 다른 집단과 친사회적 행동을 하며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집단 간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인간에게만 있는 능력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자신과 혈연 등 관계가 없고 이해관계도 없는 다른 집단 개체와 협력하는 행동이 나타나는 데는 (인간의) 문화와 사회적 규범이 필요하다는 기존 통념에 도전하는 것이며 집단 간 끊임없는 싸움도 반드시 인간의 유산이 아니며 진화론적으로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 출처 : Science , Martin Surbeck et al., 'Cooperation across social borders in bonobos', http://dx.doi.org/10.1126/science.adg0844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