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없애려면 노조 동의 받아"…'호의'가 '권리' 됐다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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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재택 근무 폐지 움직임에
현대차 남양연구소 노조 법적 다툼 시사
"단체협약 통해 개정, 일방폐지는 위법"
취업규칙, 단협 바꿨다면 근로자 '권리'
규정 해석 두고 법리해석 치열할 듯
재택근무 폐지 두고 노사 갈등 급증 전망
대기업 90% "재택 근로 부정적"
현대차 남양연구소 노조 법적 다툼 시사
"단체협약 통해 개정, 일방폐지는 위법"
취업규칙, 단협 바꿨다면 근로자 '권리'
규정 해석 두고 법리해석 치열할 듯
재택근무 폐지 두고 노사 갈등 급증 전망
대기업 90% "재택 근로 부정적"
'재택근무 폐지'를 두고 노사 관계에서 잡음을 겪는 사업장이 점차 늘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 재택근무가 더 이상 회사의 '호의'나 '복지'가 아니라 '법적 권리'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면서다.
19일 법조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회사의 재택근무 폐지 방침에 법적으로 문제제기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재택 폐지를 둘러싼 갈등이 노사 관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시 당시부터 별도의 규정이나 근로계약 변경 없이 부서별로 재량껏 유연한 형식으로 도입한 경우 등에는 재택 폐지에 근로자들의 동의 같은 별도 요건이 불필요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개정해 도입한 경우다. 노사 화합을 통한 '모범적인' 방식처럼 보이지만 그 즉시 근로자의 '권리'로 전환돼버리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호의가 권리가 돼버리는 셈이다.
고용부 가이드도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서 재택근무 신청 자격, 대상 직무 등을 정하고 있고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근로자가 신청하면 재택근무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면 (회사가) 응해야 한다"고도 정하고 있다.
특히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과반수 노조 혹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재택근무 폐지는 불리한 변경이므로 과반수 동의가 불가피하다. 단체협약으로 도입했다면 당연히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런 절차 없이 재택을 폐지하면 근로자에게 사무실 복귀를 지시해도 소용이 없다. 근로자가 지시를 어기고 집에 있어도 결근 등 징계 사유가 되지 못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 남양위원회(남양연구소 노조)는 회사가 재택을 폐지한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재택근무는 현재 가장 성공적인 근무 형태로 고질적 문제인 장시간 출퇴근 불편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대면보고, 소모적 회의 시간을 줄여 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며 "조합원들은 회사의 거짓 선동과 계략에 흔들리지 말고 노조를 믿고 지지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재택 근무가 이미 '제도화' 됐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해 1/4분기 노사협의를 통해 재택근무를 정식 제도화했다"고 주장했다. 노사협의회 협의는 단체협약과는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노조는 "노사협의회의 결정 사항이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는 조항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노사협의회에서 맺은 재택 관련 협의를 '단체협약'으로 볼 수 있을지가 첫 번째 쟁점이 될 전망이다.
두 번째 쟁점은 재택근무 종료할 권한이 회사 측의 '재량'에 달려있느냐의 문제다.
비록 단협으로 도입했어도 "코로나19 상황이나 경영상 이유 등 회사 측의 재량으로 재택근무를 종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종료해도 단협 위반이 아니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노조가 근거로 드는 '노사협의' 조항에는 "재택근무 제도화는 전사 시행 지침과 연계해서 실시한다"는 문구가 있다. 이 '전사 시행 지침'을 '회사의 재량'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회사가 재택근무를 종료해도 단체협약 위반이 아니게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단협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하더라도 한시적 조항으로 두거나 제도의 폐지 여부를 회사의 재량에 맡겼다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재택근무를 중단하더라도 문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노조가 법정 다툼으로 끌고갈 경우 두가지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퉈질 전망이다.
다만 재택 폐지를 둔 분쟁은 산업계에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 50대 기업의 지난 9월 기준 재택근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종료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지속해서 활용·확산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은 9.7%에 그쳤다.
나머지 90.3%는 ‘코로나19 이전 근무체제로 돌아갈 것’(64.5%) 등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고용부 가이드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개정을 통해 도입하라"고 권고한 바 있기때문에 이에 따라 도입한 사업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택 폐지 갈등이 코로나19의 또다른 '후유증'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지난 2~3년간 지속된 재택근무라는 '편의'를 순순히 포기하는 것은 근로자와 노조 등의 입장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차가 폐지에 성공할 수 있을지 혹은 어떤 당근책을 제시할지도 산업계 초미의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19일 법조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회사의 재택근무 폐지 방침에 법적으로 문제제기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재택 폐지를 둘러싼 갈등이 노사 관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택근무, '호의'가 '권리' 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0년 9월 배포한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에서 "재택근무는 노사가 자율 실시하는 게 원칙이고 법적 권리는 아니다"라며 "원칙적으로 관련 근거가 없는 경우엔 근로자의 신청에 사용자가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안내했다.실시 당시부터 별도의 규정이나 근로계약 변경 없이 부서별로 재량껏 유연한 형식으로 도입한 경우 등에는 재택 폐지에 근로자들의 동의 같은 별도 요건이 불필요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개정해 도입한 경우다. 노사 화합을 통한 '모범적인' 방식처럼 보이지만 그 즉시 근로자의 '권리'로 전환돼버리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호의가 권리가 돼버리는 셈이다.
고용부 가이드도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서 재택근무 신청 자격, 대상 직무 등을 정하고 있고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근로자가 신청하면 재택근무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면 (회사가) 응해야 한다"고도 정하고 있다.
특히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과반수 노조 혹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재택근무 폐지는 불리한 변경이므로 과반수 동의가 불가피하다. 단체협약으로 도입했다면 당연히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런 절차 없이 재택을 폐지하면 근로자에게 사무실 복귀를 지시해도 소용이 없다. 근로자가 지시를 어기고 집에 있어도 결근 등 징계 사유가 되지 못한다.
남양연구소 노조 "단협으로 도입했다"...법적 다툼 시사
회사의 재택근무 폐지에 속절 없이 아쉬운 마음만 내비쳤던 근로자들이나 노조가 최근에는 '권리'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관련 논란이 가장 뜨거운 곳은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다.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 남양위원회(남양연구소 노조)는 회사가 재택을 폐지한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재택근무는 현재 가장 성공적인 근무 형태로 고질적 문제인 장시간 출퇴근 불편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대면보고, 소모적 회의 시간을 줄여 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며 "조합원들은 회사의 거짓 선동과 계략에 흔들리지 말고 노조를 믿고 지지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재택 근무가 이미 '제도화' 됐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해 1/4분기 노사협의를 통해 재택근무를 정식 제도화했다"고 주장했다. 노사협의회 협의는 단체협약과는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노조는 "노사협의회의 결정 사항이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는 조항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노사협의회에서 맺은 재택 관련 협의를 '단체협약'으로 볼 수 있을지가 첫 번째 쟁점이 될 전망이다.
두 번째 쟁점은 재택근무 종료할 권한이 회사 측의 '재량'에 달려있느냐의 문제다.
비록 단협으로 도입했어도 "코로나19 상황이나 경영상 이유 등 회사 측의 재량으로 재택근무를 종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종료해도 단협 위반이 아니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노조가 근거로 드는 '노사협의' 조항에는 "재택근무 제도화는 전사 시행 지침과 연계해서 실시한다"는 문구가 있다. 이 '전사 시행 지침'을 '회사의 재량'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회사가 재택근무를 종료해도 단체협약 위반이 아니게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단협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하더라도 한시적 조항으로 두거나 제도의 폐지 여부를 회사의 재량에 맡겼다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재택근무를 중단하더라도 문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노조가 법정 다툼으로 끌고갈 경우 두가지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퉈질 전망이다.
현대차 '재택 분쟁' 파급효는?
생산직 노조가 많은 현대차그룹의 특성상 재택근무를 둘러싼 논란은 그룹 전사적 차원 보다는 남양연구소 등 연구 조직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조직이 없는 기아에서는 '재택' 이슈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이 너무 확대될 경우 그룹 내 생산직 근로자들의 눈길이 곱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다만 재택 폐지를 둔 분쟁은 산업계에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 50대 기업의 지난 9월 기준 재택근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종료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지속해서 활용·확산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은 9.7%에 그쳤다.
나머지 90.3%는 ‘코로나19 이전 근무체제로 돌아갈 것’(64.5%) 등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고용부 가이드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개정을 통해 도입하라"고 권고한 바 있기때문에 이에 따라 도입한 사업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택 폐지 갈등이 코로나19의 또다른 '후유증'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지난 2~3년간 지속된 재택근무라는 '편의'를 순순히 포기하는 것은 근로자와 노조 등의 입장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차가 폐지에 성공할 수 있을지 혹은 어떤 당근책을 제시할지도 산업계 초미의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