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의 한 장면. 티빙 제공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의 한 장면. 티빙 제공
“시리즈(드라마)엔 처음 연출하는데요. 주위에서 1회와 2회가 중요하다고 많이들 얘기합디다. 저 역시 1~2회가 재미없으면 더 안보니…. 그래서 1·2회 콘티(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위해 각본을 바탕으로 필요한 것들을 기록한 것) 작업을 정말 꼼꼼하게 했어요. '운수 오진 날'의 에센스가 1~2회에 다 들어습니다. 캐릭터 간 충돌하는 갈등과 에너지를 충분히 담았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이 오는 24일 공개하는 오리지널 10부작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을 연출한 필감성 감독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운수 오진 날’은 영화 ‘인질’로 주목받은 필 감독의 OTT 드라마 데뷔작이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1~2회를 미리 본 관객이라면 필 감독의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겠다. 어느 정도 기승전결을 갖춘 '스릴러+로드 무비' 형태의 이야기가 긴박감 있게 펼쳐지면서 극적 재미도 주는 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티빙이 전례 없이 1~2회만 갖고 활발하게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도 짐작케 한다. 티빙은 지난달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한 편 분량인 1~2회(2시간 10분)를 처음 공개했고, 17~19일 CGV 주요 영화관에서 ‘스페셜 상영’한다. 20~21일에는 tvN에서도 1~2회를 방영한다. 티빙이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일부이긴 하지만 영화관이나 케이블TV 채널에서 선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의 한 장면. 티빙 제공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의 한 장면. 티빙 제공
'운수 오진 날' 1~2회에선 평범하고 소심한 택시 기사 오택(이성민)이 고액을 제시하는 ‘묵포’행 손님 금혁수(유연석)을 태우는데서 출발한다. 오택은 금혁수가 연쇄 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된다. 원작과 달리 오택의 개인사와 이면이 자세하게 소개된다. 믿었던 후배에게 사기를 당해 큰 빚을 진 채 직장도 잃고 가족과도 뿔뿔이 흩어져 사는 오택. 택시 기사 일을 열심히 하며 돈을 모아 빚을 갚고, 가족과 다시 모여 사는 날을 꿈꾼다. 돼지꿈을 꾼 날, 딸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회사의 운행 규칙을 어겨가며 장거리 손님을 태우는 이유다.

금혁수가 야누스적인 두 얼굴을 가진 사이코패스이자 잔혹한 연쇄살인마로 변모한 원인도 나온다. 고등학생 때 발생한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어 감정과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다. 잘 짜인 대본과 탄탄한 구성으로 긴박감 넘치게 흐르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안이하게 처리된 설정이다.

원작과 가장 뚜렷하게 차별되는 점은 금혁수에게 아들을 잃고서 집요하게 그를 추적하는 어머니 황순규(이정은)의 존재다. 원작에는 나오지 않는 캐릭터다.1부에서는 시리즈를 이끌 세 캐릭터의 사연과 특성이 주로 소개되고, 2부에서 오택과 금혁수의 위험한 동행과 이들의 행적을 좇는 황순규의 추적이 시작된다. 구태의연해 보일 수 있는 설정과 자칫 단조로워 보이는 극적 구조에 생생한 현장감과 긴박감을 부여하는 것은 주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의 한 장면. 티빙 제공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의 한 장면. 티빙 제공
이성민은 과거에 단란했던 가정을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파탄 낸 가장의 씁쓸한 모습부터 깨져버린 일상과 벗어날 수 없는 목숨의 위협에서 극한의 감정을 오가는 택시운전사의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주로 온순하고 착실한 역할을 맡았던 유연석의 변신이 눈에 띈다. 예전에 친숙했던 부드러운 청년에서 순식간에 미소를 거두고 광기로 점철된 악인 그 자체로 변해 섬뜩한 눈빛으로 이성민을 바라보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이정은은 헛발질하고 쫓아가며 아우성치면서 헛헛해 하다가도 다시 혼자 다독이며 힘을 내는 ’엄마‘의 싸움을 그야말로 실감나게 보여준다.

필 감독은 이날 시사회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1~2회는 '이제부터 시작'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1~2회에서 공고히 구축된 세 캐릭터의 동행과 추적, 다툼이 이후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임을 예고했다. 원작이 '19금' 웹툰이듯이 드라마도 '19금'이다. 때때로 눈 뜨고 보기 힘든 잔혹한 장면들이 나온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