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외교원 포럼…김성한 "중국 설득해 미중 전략경쟁서 북핵문제 분리해야"
美대사 "가치기반 역내동맹 중요…함께 국제법 준수 설득해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17일 "공유하는 가치와 이해관계에 기반한 역내 동맹·파트너 네트워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위험한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한미동맹 70주년,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서울외교포럼 2023' 주한대사 라운드테이블에 패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함께 협력해서 긴장 완화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국가들이 국제법을 준수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대만 인근 상공·해상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도발 행위가 전례 없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우리는 대만해협에서 어떤 현상변경도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동맹·파트너 네트워크에 의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남중국해를 무대로 한 중국의 인공섬 군사화도 거론했다.

아울러 북한과 관련해 "김정은 정권은 광범위한 군사력 현대화를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 네트워크를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를 비롯한 역내 긴장 상황 관리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미국 동맹국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골드버그 대사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 상황에서 미국이 인태 지역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느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중동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우리는 여러 위기를 동시에 다룰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뤄진 미 국무·국방장관 방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을 거론하며 "안보 측면에서 막대한 자산이 있을 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관여 능력이 있고, 이는 동시에 발생한 다른 이슈에 의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미중 전략경쟁이 북핵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며 "한미는 미중 전략경쟁에서 북핵 문제를 분리하도록 중국을 설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럴 수 없다면 한미는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도 북한을 압박할 더욱 정교한 방안을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미중 전략경쟁이 한반도 통일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한반도 통일에 최적의 환경은 미중이 협력하면서도 경쟁하는 관계를 유지하되 미국이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신고립주의자·중상주의자 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할 미국의 리더십은 심각하게 약화될 것"이라며 미국의 동맹은 크게 흔들릴 것이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은 동맹국들이 중국과의 협력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전략적 전환에 직면할 수도 있다"면서 "한미동맹은 내년 (미국) 대선까지 매우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들어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