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1억장 팔았는데 그래미 후보도 못내"…'K팝 위기론' 솔솔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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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올해 K팝 음반 판매량 1억장 돌파
팬덤 끌어모으며 승승장구하지만
글로벌 시장서 한계…위기론 부상
현지화 그룹으로 돌파할까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올해 K팝 음반 판매량 1억장 돌파
팬덤 끌어모으며 승승장구하지만
글로벌 시장서 한계…위기론 부상
현지화 그룹으로 돌파할까
밀리언셀러, 더블 밀리언셀러, 트리플 밀리언셀러, 쿼드 밀리언셀러, 펜타 밀리언셀러…
K팝 음반 판매량이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100만장 판매 기록을 축하하던 업계는 어느새 5배 증가한 500만장을 팔아치우며 '펜타 밀리언셀러'를 타이틀로 내걸고 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10월 음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4.1% 증가했으며, 관세청 수출 데이터도 전년 동기 대비 17% 뛰었다. 1~10월 상위권 400개 앨범의 누적 판매량은 약 1억100만장으로, 이미 전년도 판매량(8000만장)을 훌쩍 뛰어넘었다. 남은 두 달까지 포함하면 한 해 동안 총 1억1000만장을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K팝 음반 시장이 '1억장 시대'를 열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BTS를 필두로 NCT, 세븐틴, 에스파, 뉴진스 등 다수 그룹이 해외 차트에서 호성적을 거두고 있고 주요 시상식 및 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르며 놀라운 글로벌 팬덤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K팝 위기론'을 거론한다. 주요 엔터 4사(하이브·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가 전부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왜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K팝 산업의 발전 동력이 '코어 팬덤'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보인다. K팝을 지지하는 팬층이 다국적화하며 넓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열성 팬덤' 형태로 메인 스트림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K팝 장르에 몰입하는 폭발력은 확실하지만 결국 '팬덤 나눠 가지기', 'K팝 집안싸움'이라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걱정은 최근 들어 더 뚜렷해졌다. 대표적으로 '제66회 그래미 어워즈'에 K팝 그룹이 단 한 팀도 후보로 지명되지 못한 게 꼽힌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가 K팝 부문을 신설한 것을 두고도 인기나 팬덤 화력은 인정하나 장르적으로 구분을 두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K팝을 팝과 '다른 음악'으로 보는 대표적인 두 가지로 ▲팬덤형 인기 ▲획일적 제작 시스템이 언급된다. 인기가 열성 팬 위주로 집약된다는 특징은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반 판매량과 별개로 아이돌 그룹의 음악을 아는 이들이 한정돼 있다. 아울러 팀은 엔터사의 철저한 기획 아래 멤버가 구성되고 음악과 콘셉트 등이 정해진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K팝의 지속 성장을 위해 ▲주류 시장에서 K팝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 ▲크리에이티브가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과 크리에이티브의 영혼을 담아내기에 충분한 수준의 건강한 경영방식 ▲플랫폼의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도 "모든 아티스트가 그런(코어) 팬덤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간간이 가벼운 마음으로 소비하는 팬들도 있어야 한다"면서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슈퍼 팬과 라이트 팬의 구조라면 K팝은 굉장히 집약적인 구조다. 라이트 팬덤이 별로 없다. 주변부의 라이트 팬덤도 많이 붙을 수 있는 구조로 더 가야 한다. 니치(틈새)에서 시작해 흥했던 장르들이 일정 팬덤을 못 넘고 넘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지적은 K팝의 근간을 정면으로 흔드는 체질 개선 수준의 시도라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터사들은 오랫동안 코어 팬덤을 공략해왔다. 팬들의 소비를 유도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로 소위 '팬 장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면서 "변화를 이야기하는 지금도 코어 팬을 상대로 하는 팬덤 플랫폼, IP 2차 가공 등에 열을 올리는 모순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짚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은 현재 K팝의 발전 방향과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K팝 제작 시스템을 현지에 이식해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역발상' 시도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유니버설 산하 레이블 리퍼블릭 레코드와 함께 북미 현지화 걸그룹 비춰(VCHA)를 선보였고, 뒤이어 하이브도 북미 기반의 음반사 게펜 레코드와 '드림 아카데미' 프로젝트를 통해 다국적 걸그룹을 결성 중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영국 엔터테인먼트 그룹 문앤백과 손잡고 현지서 보이그룹을 데뷔시킬 예정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많은 4, 5세대 그룹들이 활약했지만 '포스트 방탄소년단'의 자리를 꿰찬 슈퍼 IP가 있냐는 물음에 명확히 한 팀을 대답하기는 어렵다. K팝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일 것"이라면서 "현지화 그룹이 국내에서 관심받긴 어렵겠지만 해외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K팝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어 매력적인 프로젝트로 급부상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K팝 음반 판매량이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100만장 판매 기록을 축하하던 업계는 어느새 5배 증가한 500만장을 팔아치우며 '펜타 밀리언셀러'를 타이틀로 내걸고 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10월 음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4.1% 증가했으며, 관세청 수출 데이터도 전년 동기 대비 17% 뛰었다. 1~10월 상위권 400개 앨범의 누적 판매량은 약 1억100만장으로, 이미 전년도 판매량(8000만장)을 훌쩍 뛰어넘었다. 남은 두 달까지 포함하면 한 해 동안 총 1억1000만장을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K팝 음반 시장이 '1억장 시대'를 열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BTS를 필두로 NCT, 세븐틴, 에스파, 뉴진스 등 다수 그룹이 해외 차트에서 호성적을 거두고 있고 주요 시상식 및 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르며 놀라운 글로벌 팬덤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K팝 위기론'을 거론한다. 주요 엔터 4사(하이브·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가 전부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왜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K팝 산업의 발전 동력이 '코어 팬덤'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보인다. K팝을 지지하는 팬층이 다국적화하며 넓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열성 팬덤' 형태로 메인 스트림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K팝 장르에 몰입하는 폭발력은 확실하지만 결국 '팬덤 나눠 가지기', 'K팝 집안싸움'이라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걱정은 최근 들어 더 뚜렷해졌다. 대표적으로 '제66회 그래미 어워즈'에 K팝 그룹이 단 한 팀도 후보로 지명되지 못한 게 꼽힌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가 K팝 부문을 신설한 것을 두고도 인기나 팬덤 화력은 인정하나 장르적으로 구분을 두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K팝을 팝과 '다른 음악'으로 보는 대표적인 두 가지로 ▲팬덤형 인기 ▲획일적 제작 시스템이 언급된다. 인기가 열성 팬 위주로 집약된다는 특징은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반 판매량과 별개로 아이돌 그룹의 음악을 아는 이들이 한정돼 있다. 아울러 팀은 엔터사의 철저한 기획 아래 멤버가 구성되고 음악과 콘셉트 등이 정해진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K팝의 지속 성장을 위해 ▲주류 시장에서 K팝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 ▲크리에이티브가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과 크리에이티브의 영혼을 담아내기에 충분한 수준의 건강한 경영방식 ▲플랫폼의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도 "모든 아티스트가 그런(코어) 팬덤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간간이 가벼운 마음으로 소비하는 팬들도 있어야 한다"면서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슈퍼 팬과 라이트 팬의 구조라면 K팝은 굉장히 집약적인 구조다. 라이트 팬덤이 별로 없다. 주변부의 라이트 팬덤도 많이 붙을 수 있는 구조로 더 가야 한다. 니치(틈새)에서 시작해 흥했던 장르들이 일정 팬덤을 못 넘고 넘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지적은 K팝의 근간을 정면으로 흔드는 체질 개선 수준의 시도라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터사들은 오랫동안 코어 팬덤을 공략해왔다. 팬들의 소비를 유도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로 소위 '팬 장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면서 "변화를 이야기하는 지금도 코어 팬을 상대로 하는 팬덤 플랫폼, IP 2차 가공 등에 열을 올리는 모순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짚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은 현재 K팝의 발전 방향과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K팝 제작 시스템을 현지에 이식해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역발상' 시도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유니버설 산하 레이블 리퍼블릭 레코드와 함께 북미 현지화 걸그룹 비춰(VCHA)를 선보였고, 뒤이어 하이브도 북미 기반의 음반사 게펜 레코드와 '드림 아카데미' 프로젝트를 통해 다국적 걸그룹을 결성 중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영국 엔터테인먼트 그룹 문앤백과 손잡고 현지서 보이그룹을 데뷔시킬 예정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많은 4, 5세대 그룹들이 활약했지만 '포스트 방탄소년단'의 자리를 꿰찬 슈퍼 IP가 있냐는 물음에 명확히 한 팀을 대답하기는 어렵다. K팝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일 것"이라면서 "현지화 그룹이 국내에서 관심받긴 어렵겠지만 해외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K팝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어 매력적인 프로젝트로 급부상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