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진통제인가, 비타민인가
미국 백악관은 인공지능(AI)을 관리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최근 발표했다. 오픈AI의 챗GPT가 출시된 지 11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생성형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까?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까? 막대한 가치를 창출할까? 규제가 가능할까?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은 많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AI가 현재 사람들이 수행하는 많은 업무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더해 2031년까지 모든 미국인이 연간 1만3500달러(약 1750만원)가량의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올트먼 CEO는 “우리는 심각하고 실존적인 위험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벤처 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는 최근 “10년 안에 AI는 현존하는 직업 80%의 직무 80%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쟁기와 전화가 그랬듯이 말이다.

비용 줄이고 신시장 여는 AI

때로는 비유가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기술을 진통제 또는 비타민으로 구분한다.

진통제 범주에 들어가는 기술은 저숙련 근로자를 대체해 회사 비용을 줄여준다. 투자수익률(ROI) 제고에 기여한다. 비타민에 해당하는 기술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데 역할을 하며 회사의 수익을 불려준다. 스프레드시트가 진통제였다면 소셜네트워크는 비타민이다. 휴대폰이 진통제라면 스마트폰과 우버는 비타민이다.

IBM은 1981년 처음으로 PC를 출시하면서 시장 규모를 25만 대로 내다봤다. 하지만 PC에서 이용할 수 있는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인 비지칼크 등은 진통제 역할을 하며 많은 근로자를 대체했다.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때 성장이 촉진된다. AI는 비용이 많이 드는 업무를 대신하는 진통제로 기능할 것이다.

AI는 새로운 직무를 창출할 수 있다. AI 때문에 고연봉 직업인 의사나 변호사가 위기에 처할까? 코슬라의 말을 되새겨 보자. 일자리는 AI에 적응하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창출하는 가치의 정의가 바뀌게 될 것이다. AI는 노동력을 대체하고 확장하는 베틀, 계산자(slide rule), 크레인처럼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킬 수 있다.

생산성 향상으로 사회 바꿔

현재 AI는 환상적이면서도 불완전하다. AI로 코딩할 수 있지만 완벽하진 않다. 자동차 운전에 활용할 수 있지만 미숙하다. 아직 AI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 단정 지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AI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와 산업을 재편할 것이다. 생산성 향상이 대표적인 예다. 더 적은 자원을 들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AI가 끝내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한 기업의 진통제가 다른 기업들의 비타민이자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서버 등 비용을 일부 보전하기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사업부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시작했다. AWS는 슈퍼비타민이 됐다.

전통적인 분석 방법을 AI에도 적용할 수 있다. AI의 용도를 진통제 또는 비타민으로 구분하고, 위험한 용도로 남용되는 것만 피하면 된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Is AI a Painkiller or a Vitamin?’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