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한국의 잠재성장률 누가 갉아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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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잠재성장률 1%대로 하락
내년엔 미국에 역전 전망
文은 '한·미·일 삼각동맹'에 화살
출산율·설비투자·수출경쟁력
문재인 정부에서 뒷걸음질
미래 위해 文과 다른 정책 필요
조미현 금융부 기자
내년엔 미국에 역전 전망
文은 '한·미·일 삼각동맹'에 화살
출산율·설비투자·수출경쟁력
문재인 정부에서 뒷걸음질
미래 위해 文과 다른 정책 필요
조미현 금융부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얼마 전 SNS에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하락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한·미·일 삼각동맹’에 화살을 돌린 것을 보고 의아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경제보좌관을 지낸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의 책을 추천하기 위한 것이 글의 주목적이었지만, 인과 관계가 엉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노동력과 자본 등 생산요소를 투입해 한 나라가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말한다. 경제가 성숙한 선진국일수록 잠재성장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이미 생산요소를 최대치에 가깝게 투입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2000년대 초반 잠재성장률이 5% 안팎이었지만, 올해는 1.9%(OECD 전망)로 예상된다. 충격적인 것은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1.7%)이 미국(1.9%)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이미 성숙할 대로 성숙한 미국 경제보다 빠르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각종 지표를 보면 문재인 정부는 한국 경제가 ‘조로(早老)’하게 된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요인 중 하나는 저출산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0.98명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0명대로 주저앉았다. 문 전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합계출산율은 20% 하락했고, 단 한 해도 반등한 적이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합계출산율이 상승(1.19명→1.30명)한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저출산이 정권 성향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잠재성장률을 떠받치는 또 다른 축인 설비투자가 문 정부 때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확실하게 짚어봐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주장한 경제성장률 3%대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5% 이상 설비투자가 확충돼야 한다(한국은행 분석). 하지만 문 정부의 연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은 2.1%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4.8%), 박근혜 정부(7.2%) 등 지난 정부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코로나19 팬데믹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설비투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 2년간(2018~2019년)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나타내는 한국의 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GDP)도 지난해 43.1달러로, 문 정부 동안 연평균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박근혜 정부(2.7%)보다 못한 성적표다.
수출 경쟁력도 꺾였다는 게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이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명박 정부 때 3%를 돌파한 뒤 박근혜 정부에서 최고치(3.2%)를 기록했고, 문 정부에서 2%대로 내려왔다. 세계 수출 증가 속도와 비교하면 더욱 뼈아프다. 문 정부 시절 세계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7%였는데, 한국은 그 기간 3.6%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 땐 연평균 8.1%로, 세계 수출 성장세(5.7%)를 웃돌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세계 수출이 역성장을 기록했는데도 플러스 성장(0.9%)을 유지했다.
한 나라의 성장은 과거 경제 정책, 기업과 국민의 경제 활동이 축적된 결과다. 또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은 대외 변수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문 정부에서 유독 잠재성장률과 관련한 지표의 ‘기조 이탈’은 두드러진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보다 좋았다”며 자화자찬한 전임 대통령에게 미래 세대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명박 정부 초기 ‘Anything But Roh’란 말이 회자한 적이 있다. 전임 정부인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무엇이든지 부정한다는 의미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법인세를 감면했다. 일본을 국빈 방문했을 땐 과거사 관련 질문을 받고 “모든 문제를 다 후벼 파서 감정적 대립 관계로 끌고 가는 것은 우리 후손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반미·반일·반기업 정서로 똘똘 뭉친 지지 세력의 반발에도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의 미래 세대를 위한 결단은 이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반일 선동을 일삼으며 미국과는 거리를 두고 시장과 기업을 통제 대상으로 삼은 문 정부가 노 정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 정책만큼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Anything But Moon’을 해야 할 때 같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노동력과 자본 등 생산요소를 투입해 한 나라가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말한다. 경제가 성숙한 선진국일수록 잠재성장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이미 생산요소를 최대치에 가깝게 투입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2000년대 초반 잠재성장률이 5% 안팎이었지만, 올해는 1.9%(OECD 전망)로 예상된다. 충격적인 것은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1.7%)이 미국(1.9%)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이미 성숙할 대로 성숙한 미국 경제보다 빠르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각종 지표를 보면 문재인 정부는 한국 경제가 ‘조로(早老)’하게 된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요인 중 하나는 저출산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0.98명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0명대로 주저앉았다. 문 전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합계출산율은 20% 하락했고, 단 한 해도 반등한 적이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합계출산율이 상승(1.19명→1.30명)한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저출산이 정권 성향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잠재성장률을 떠받치는 또 다른 축인 설비투자가 문 정부 때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확실하게 짚어봐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주장한 경제성장률 3%대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5% 이상 설비투자가 확충돼야 한다(한국은행 분석). 하지만 문 정부의 연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은 2.1%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4.8%), 박근혜 정부(7.2%) 등 지난 정부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코로나19 팬데믹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설비투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 2년간(2018~2019년)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나타내는 한국의 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GDP)도 지난해 43.1달러로, 문 정부 동안 연평균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박근혜 정부(2.7%)보다 못한 성적표다.
수출 경쟁력도 꺾였다는 게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이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명박 정부 때 3%를 돌파한 뒤 박근혜 정부에서 최고치(3.2%)를 기록했고, 문 정부에서 2%대로 내려왔다. 세계 수출 증가 속도와 비교하면 더욱 뼈아프다. 문 정부 시절 세계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7%였는데, 한국은 그 기간 3.6%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 땐 연평균 8.1%로, 세계 수출 성장세(5.7%)를 웃돌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세계 수출이 역성장을 기록했는데도 플러스 성장(0.9%)을 유지했다.
한 나라의 성장은 과거 경제 정책, 기업과 국민의 경제 활동이 축적된 결과다. 또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은 대외 변수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문 정부에서 유독 잠재성장률과 관련한 지표의 ‘기조 이탈’은 두드러진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보다 좋았다”며 자화자찬한 전임 대통령에게 미래 세대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명박 정부 초기 ‘Anything But Roh’란 말이 회자한 적이 있다. 전임 정부인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무엇이든지 부정한다는 의미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법인세를 감면했다. 일본을 국빈 방문했을 땐 과거사 관련 질문을 받고 “모든 문제를 다 후벼 파서 감정적 대립 관계로 끌고 가는 것은 우리 후손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반미·반일·반기업 정서로 똘똘 뭉친 지지 세력의 반발에도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의 미래 세대를 위한 결단은 이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반일 선동을 일삼으며 미국과는 거리를 두고 시장과 기업을 통제 대상으로 삼은 문 정부가 노 정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 정책만큼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Anything But Moon’을 해야 할 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