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조사관이 지난 16일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쌀, 고기, 과일 등 30여 개 품목의 물가를 태블릿PC에 입력하고 있다.  /최혁 기자
통계청 조사관이 지난 16일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쌀, 고기, 과일 등 30여 개 품목의 물가를 태블릿PC에 입력하고 있다. /최혁 기자
“슈링크플레이션이요? 통계는 바로 잡아냅니다.”

지난 16일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11월분 소비자물가 통계 조사를 나온 김한령 경인지방통계청 통계주무관은 기자에게 “가령 500mL짜리 간장이 400mL로 줄고 가격이 2000원으로 똑같아도 물가 조사 땐 100mL당 400원에서 500원으로 25% 오른 것으로 보고 통계에 반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가격은 놔둔 채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커진 가운데 통계청도 물가 조사에서 이 부분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17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용량 축소 등을 통한 편법 인상,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정직한 판매행위가 아니며 소비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어 정부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월 말까지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주요 생필품 실태조사를 하고 신고센터를 신설해 관련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자가 동행취재를 해보니, 김 주무관은 16일 하나로마트에서 39개 농축수산물 가격을 조사했다.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무게와 크기가 다른 농축수산물도 전자저울과 줄자로 측정해 가격을 조사했다. 일정 규격에 맞는 상품을 골라낸 뒤 100g당 가격을 조사하는 식이다.

김 주무관이 이날 조사한 39개 품목 중 33개 품목은 열흘 전보다 가격이 내렸거나 동일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듯했다. 가격이 오른 제품은 등심, 양지 등 6개 품목이었다. 김 주무관은 전국 155개 지역에서 소비자물가 통계를 수집하는 155명의 조사관 중 한 명이다. 통계청은 이들이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전통시장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정기적으로 수집한 458개 상품과 서비스 품목 가격을 토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발표한다.

조사관들의 통계조사는 오전 11시~오후 3시에 이뤄진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는 전날 진열된 상품이나 ‘떨이 상품’이 많이 있을 수 있어서다. 김 주무관은 “멤버십 세일처럼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할인이나 1+1 할인 판매가격은 물가 통계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할인 혜택의 경우 모든 소비자가 누릴 수 있을 때만 통계에 반영한다. 구체적인 제품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특정 제품 가격만 그대로 두고 다른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어서라고 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