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연평균 10% 성장하던 아일랜드가 올해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일랜드 경제 성장을 이끌던 제약·반도체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다.

아일랜드 올해 역성장…中에 수출의존 '부메랑'
유럽위원회는 지난 15일 2023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아일랜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0.9%로 제시했다. 지난 3월 내놓은 전망치 5%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내년 GDP 증가율도 5%에서 3%로 하향 조정했다. 3분기 아일랜드 GDP는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2009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자 유럽에선 최대 역성장이다. 앞서 2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했고, 1분기엔 1.1% 증가했다.

유럽위원회는 아일랜드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에 대해 “다국적 기업이 지배하는 특정 영역에서 외부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수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약 부문이 팬데믹으로 인한 호황 이후 성장이 둔화했다는 분석이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매출 상위 20개 제약사 중 19개가 아일랜드에 제조공장과 연구시설을 두고 있다. 팬데믹이 사실상 종식되면서 코로나19 백신 판매량이 급감해 아일랜드 수출에 영향을 미쳤다.

유럽위원회는 반도체와 수탁 제조 부문의 수출 부진도 전망치를 낮춘 이유로 들었다. 아일랜드는 인텔이 제조공장을, AMD는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있어 유럽의 반도체 전초기지다.

대중국 수출 증가로 아일랜드 경제는 지난 10년간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중국 수요가 둔화하자 높은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아일랜드 수출 총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4%로 유럽 내에선 독일(6.8%) 다음으로 높았다.

스위스 식품회사 산하의 고급분유 생산업체 와이어스뉴트리션은 지난달 아일랜드 애슈턴 공장 직원 491명에게 2026년 초 공장을 폐쇄한다고 통보했다. 주 판매처인 중국에서 신생아 수가 급감하고, 현지 공급업체가 늘어난 탓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