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7일 공개한 총선용 '티저 현수막'. / 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17일 공개한 총선용 '티저 현수막'. / 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30세대를 겨냥해 현수막 변신을 시도한다며 '티저 현수막'을 공개했다. 그러나 당내 청년들은 "근래 민주당 메시지 중 최악이며 저질"이라며 비판을 제기했다. 코인 보유거래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도 "영 그렇다"고 지적했다.

17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 사무처는 이날 전국 시·도당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20·30세대에 집중한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수막 변경은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당 사무처는 이날 공문을 통해 '티저 현수막'을 공지했다. 티저 현수막은 공식 현수막 공개에 앞서 일주일간 수도권과 광역시 시·도당 위주로 게시된다.

민주당이 공개한 현수막에는 '나에게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 문구가 담겼다. 그간 민주당의 상징색이었던 파란색과 초록색 사용을 최소화하고, 당명이 눈에 띄지 않도록 디자인됐다.

당 사무처는 "이번 캠페인은 개인성과 다양성에 가치를 두는 20·30세대 위주로 진행된다"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으로 민주당이 들어가 '나에게 쓸모 있는 민주당'으로 변화하겠다는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티저 현수막 공개 후 비판이 쏟아졌다. 디자인, 글씨체는 물론이고 일부는 '청년 혐오'처럼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청년당원 의견그룹 '파동'은 이날 긴급 논평을 통해 "감 없는 민주당, 청년세대가 바보인가"며 "문구의 수준이 가히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근래 민주당의 메시지 가운데 최악이며, 저질이다. 민주당은 청년세대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가? 청년은 돈만 많으면 장땡인 '무지성한' 세대이며, 정치도 모르는 '멍청한' 세대인가?"이라며 "조롱 일색인 현수막을 기획하고 제작한 자는 대체 누구인가"고 반문했다.

이어 "청년세대의 고통을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다'로 해석하는 민주당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이라며 "이번 일에 대한 민주당 총선기획단의 사과와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한다. 청년세대를 존중하지 않는 총선기획단으로는 총선에서의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청년세대는 우리 정치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고 있고, 민주당 청년당원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국 의원도 말을 보탰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지만 새로 바뀐다는 현수막 시안이 영 그렇다"며 "2030 맞춤형으로 개인성과 다양성을 강조했다고 하지만, 시안의 메시지에 공감이 전혀 안 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가 없다. 또 저 시안을 걸었을 때 현수막 메시지를 읽은 다음 함께 떠올리는 더불어민주당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면 그다지 좋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디자인과 글씨체 등도 함께 문제로 거론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23일 중앙당 공식 행사를 통해 공식 사용될 새로운 현수막 디자인을 공개할 계획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