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나면 세금 퍼줄거죠?"…'이재명 횡재세'에 뿔난 직장인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우리 회사 적자나면 세금 퍼줄 거죠."
"삼성전자도 수익 내면 횡재세 내야 하나요?"

직장인들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주도하는 '횡재세'에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은행·정유사의 이익을 환수하자는 횡재세를 주장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을 다시 꺼낸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횡재세를 도입한 영국과 한국을 비교한 이 대표 주장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1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고금리로 엄청난, 특별한, 예상하지 못한 이익을 거둔 금융회사와 고에너지 가격에 많은 이익을 거둔 정유사 등에 대해서 횡재세를 부과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도 에너지 부담금을 통해 영업이익의 35%를 횡재세로 부과한다"고 말했다. 횡재세는 은행과 정유사가 벌어들인 초과 이익을 세금 형태로 환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횡재세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아진 정유사를 대상으로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1월에는 '난방비 폭탄'을 거론하면서 정유업체에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민주당이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겠다고 밝히자 기업의 고민도 커졌다. 기업 관계자들은 "반도체 가격이 치솟으면 삼성전자 이익도 환수하자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법인세는 이익을 많이 낼수록 세금이 높아지는 누진세 구조다. 그만큼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횡재세 부과가 투자자 이탈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한국 은행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배로 영국·일본(0.5배)을 밑돈다.

이 대표 주장처럼 미국·영국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횡재세를 한국 정유사에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셰브런 BP 등 해외 정유사들은 작년 석유 유전 등에서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 셰브런은 시추 등 자원개발(다운스트림) 사업 순이익의 비중이 전체의 85.4%에 달했다. 반면 유전이 거의 없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은 정제마진(석유제품에서 원유 가격을 뺀 수익)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다.

여기에 올해 초 민주당 등쌀에 밀려 정유사들은 준횡재세를 낸 바 있다. 올해 2월 SK에너지(기부금 150억원) GS칼텍스(101억원) 현대오일뱅크(100억원) 에쓰오일(10억원) 등 정유업계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난방비 지원 명목으로 361억원의 기부금을 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