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가운데)과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왼쪽), 테렌스 응 테스 회장이 헝가리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설립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SK에코플랜트 제공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가운데)과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왼쪽), 테렌스 응 테스 회장이 헝가리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설립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SK에코플랜트 제공
SK에코플랜트가 에코프로, 테스(TES)와 손잡고 헝가리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설립을 추진한다. 다수의 글로벌 배터리·전기차 업체가 진출해 있어 ‘유럽 배터리 생산 허브’라 불리는 헝가리에선 폐배터리 재활용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지난 16일 서울 수송동 본사에서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 테렌스 응 테스 회장 등과 함께 ‘헝가리 배터리 재활용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에코프로는 국내 1위 배터리 양극재 기업이며, 전기·전자폐기물 전문업체인 테스는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다.

3사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들이 사업지로 헝가리를 낙점한 이유는 헝가리에 주요 배터리 기업 등이 밀집해 있어 ‘피드스톡(주 원자재)’을 쉽게 공급받을 수 있어서다. 피드스톡은 배터리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불량품인 스크랩 물량과 수명을 다한 전기차 폐배터리 물량 등을 의미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성패는 피드스톡 물량을 얼마나 많이, 안정적으로 확보하는지에 달려 있다.

헝가리는 중국과 폴란드, 미국에 이어 세계 4위의 배터리 생산국이다.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3사(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가 모두 헝가리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CATL과 이브파워, 산와다 등 중국 업체 3곳도 최근 헝가리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에선 배터리 셀 제조업체인 삼성SDI와 SK온이 진출해 있다. 업계에 따르면 헝가리 배터리 생산량은 2030년에 작년 대비 7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3사는 각자 보유한 기술력과 네트워크 등을 결합해 피드스톡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SK에코플랜트와 테스는 전세계 23개국 50곳에 이르는 글로벌 거점 확보를 통해 폐배터리 수거를 비롯한 물류 전초기지를 마련한 상태다. 바젤 협약에 따라 전세계에서 모은 폐배터리를 타국의 재활용 시설로 보내기 위해선 허가가 필요한데, 테스는 이미 30여개의 ‘바젤 퍼밋’을 보유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헝가리 데브리첸에서 연산 10만8000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이들은 또한 폐배터리에서 회수한 리튬과 코발트, 니켈 등의 희소금속을 새 배터리 제조에 다시 투입하는 ‘완결적 순환체계’를 현지에 구축해 자원순환경제를 실현할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니켈·코발트·리튬 회수율 고도화’와 ‘추출제 개발 통한 용수절감’, ‘화재방지 고속방전’ 등 폐배터리 재활용 전·후처리 전반에 걸친 핵심 4대 기술을 개발했다. 에코프로는 양극재 등 배터리 핵심소재 기술력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습식공정을 중심으로 한 재활용 기술력으로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캐나다 등 진출도 추진하고 있어 북미에 거점을 확보한 SK에코플랜트 등과 추가적인 사업 협력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박경일 사장은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워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송호준 대표는 “에코프로의 리사이클 소재 기술력과 SK에코플랜트·테스의 재활용 사업 기술력 등이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