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7월 도입한 재건축 안전진단 융자지원을 신청한 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추진 주체가 나뉘어 있어 모금이 어려운 통합 재건축 사업도 융자지원을 통해 사업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안전진단에 탈락하면 융자받은 주민 대표가 부담을 질 수 있지만, 통과 시 조합 융자지원이나 신탁사로부터 빌린 자금으로 차환이 가능해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서구 염창동 염창우성1·2차와 삼천리아파트는 주민 동의율 50%를 채워 조만간 구에 안전진단 융자지원을 신청할 예정이다. 도봉구에서는 창동 동아아파트, 영등포구에선 신길우성4차, 노원구에선 상계 임광 등이 융자지원을 신청했다. 서울시 안전진단 융자지원은 SGI서울보증과 협약을 맺어 연 2.16%의 보증료만 내면 무이자로 서울시에서 1억4000만~3억원가량의 안전진단 비용을 빌려주는 사업이다. 최대 10명 이내 주민대표가 보증보험에 가입해 1인당 최대 3000만원까지 빌리는 구조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진단 비용은 단지 가구 수와 층수에 따라 다르지만 1인당 14만원가량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조금이라도 속도를 내려는 재건축 단지를 지원하기 위해 주택 공급 활성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주민 동의율 요건이 50%로 문턱이 너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비계획 입안 제안 동의율 요건이나 조합설립추진위 구성 요건과 같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데 재건축이 속도를 낼 수 있겠냐는 시의회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진단에서 떨어지면 주민 대표가 지원받은 융자금을 갚아야 하는 것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동의율 50%만 맞추면 정비계획 제출부터 조합설립추진위 설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지원받은 금액은 5년 만기, 혹은 사업시행계획 인가 전까지 갚아야 한다. 서울시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협약을 맺어 2008년부터 조합에 최대 60억원, 추진위에는 15억원까지 빌려주는 제도가 도입돼 있다. 올해만 300억원을 배정해 67개 조합에 빌려줬다. 내년에는 250억원가량이 배정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차환이 가능한 구조다. 신탁 방식 재건축이 도입되며 신탁사의 입찰보증금을 활용해 갚을 수도 있다.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면서 시공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주민 동의율 50%를 채워 융자지원을 받았다면 수개월이 걸리는 주민 모금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게 된 셈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