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올 연말까지로 계획했던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최소한 내년 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7일 보도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 차원의 추가 감산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팔 전쟁 더는 못 참아"…아랍권 감산 연장 만지작
FT는 이날 소식통 4명을 인용해 “사우디가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최소한 내년 봄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의 희생이 커지면서 중동 산유국 사이에서 여론 반발이 심해지는 것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국제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일석이조’ 카드가 될 전망이다. 국제 유가(석부텍사스원유 기준)는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72달러까지 떨어졌다.

사우디의 자발적 감산 연장과 함께 OPEC+의 추가 감산도 논의되고 있다. OPEC+ 회원국은 지난 5월부터 하루 120만 배럴을 감산해왔는데, 추후 최대 100만 배럴 추가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26일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OPEC 사무국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 각료 회의에서 추가 감산 문제가 다뤄질 전망이다. 이 같은 추가 감산 검토 소식은 쿠웨이트 알제리 이란 등 주요 중동 산유국이 이스라엘 전쟁에 분노하면서 감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OPEC의 한 관계자는 “OPEC+ 차원에서도 하루 최대 100만 배럴 감산이 논의 주제로 떠올랐다”며 “OPEC+가 이번 전쟁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아랍 산유국이 석유 수출을 전면 중단해 1970년대와 같은 오일쇼크가 반복되는 일은 없겠지만 산유국들이 지속적인 메시지를 보내면 글로벌 석유 시장과 미국 워싱턴 정가가 이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동 산유국이 일제히 추가 감산에 나서 유가가 다시 뛰기 시작하면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