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섭 화우 선임외국변호사 "경제 역동성 큰 중동, 법률시장도 커질 것"
“중동 법률시장은 경제 성장과 맞물려 갈수록 커질 겁니다.”

이조섭 법무법인 화우 선임외국변호사(사진)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변호사는 2014년부터 9년간 카타르 도하에서 생활했다. 미국 로펌 K&L게이츠와 영국계 로펌 핀센트메이슨에서 각종 인프라 건설사업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맡았다. 지난 8월 화우에 합류해 ‘해외 건설 자문 및 분쟁 해결팀’을 이끌고 있다.

이 변호사는 “과거 중동에 진출한 기업은 건설사와 조선사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정보기술(IT), 플랫폼, 신재생에너지 등 업종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들 기업을 따라 여러 해외 로펌이 중동에 진출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동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특히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문화의 차이를 들었다. 이 변호사는 “중동에선 건설 현장 근로자들을 위해 기도실을 마련하고 라마단(단식) 기간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같은 차이를 반영해 사업계획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랍어와 현지 상거래 관습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현지 협력회사 직원이 아랍어 표기는 다르지만 영문으로는 똑같은 새 회사를 차려 한국 기업의 송금 실수를 유도하는 일이 있었다”며 “중동 지역 주요 국가에선 공식 법률문서가 모두 아랍어이기 때문에 특히 이 같은 상황에 잘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두고는 “아직 중동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주로 진출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은 전장과 꽤 떨어져 있다”며 “주변 지역으로 얼마나 확전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들이 중동에서 벌어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를 활용하는 일이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로 꼽았다. 이 변호사는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서류 제출과 변론 모두 아랍어로 해야 하지만 중재에선 이 같은 불편함이 덜하다”며 “중재 당사자가 직접 증인으로 채택한 전문가를 통해 합리적으로 주장을 펼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우디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등 일부 지역에서 중재법을 신설하고 중재기관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중재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