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황 개선에도 중형 조선 4사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일제히 흑자로 돌아선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대형 3사와 달리 올해 내내 적자에 허덕이는 모양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사에 밀리고 인력난, 원자재값 급등에 치인 영향이다.

업황 개선에도…중형 조선 4사는 '고난의 항해'
19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조선, 대한조선, 대선조선, HJ중공업 등 중형 조선 4사는 모두 3분기를 비롯해 올해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1~9월 케이조선은 107억원, 대선조선은 877억원, HJ중공업은 127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대한조선도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대선조선은 지난달 12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중형 조선사들이 무너지면 지역 중소 협력업체들도 연쇄 도산해 조선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형 4사의 수주 난항과 이에 따른 적자는 중국 조선사에 밀린 영향이 가장 크다. 이들 기업은 중·소형 벌크선, 탱크선, 컨테이너선 등을 주로 건조하는데 중국 기업이 15~20%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다. 중형 선박은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이 선박을 발주하는 선사도 중형 업체들이어서 신조선가가 수주를 좌우하는 분위기다.

인력난으로 중형 4사의 생산 역량이 저하된 점도 수주를 따내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중형 4사는 올 상반기 중형 컨테이너선, 중형 가스선을 하나도 수주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사람이 부족한 와중에 대형사로 간 이직자가 늘어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제때 만들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라고 토로했다.

중국 조선사의 ‘굴기’에 따라 주력 선종 중 하나인 소형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는 떨어지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750TEU(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피더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는 이달 4125만달러로 지난해(4200만달러)보다 소폭 하락했다.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도크가 부족해 가격이 계속 오르는 대형 컨테이너선과 대비된다.

업계에선 중형 조선사인 현대미포조선이 사업모델 전환을 통해 생존 전략을 짠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