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우승에 광화문 첫 거리응원전도 '열광'(종합)

추위 녹인 응원전…오전 6시부터 입장 대기하기도
4만명 광화문 광장 방문…"e스포츠 사랑 체감"

"선수들 우승 소감에 눈물이 날 뻔했어요.

거리 응원을 보면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e스포츠를 사랑한단 걸 새삼 느꼈습니다.

"
한국 팀 T1이 중국 팀 웨이보 게이밍을 꺾고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도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두꺼운 패딩과 핫팩, 모자, 목도리로 무장한 채 광장에 설치된 4개 대형 스크린 앞에 모인 시민들은 추위도 잊고 기쁨을 만끽했다.

롤드컵은 매년 11월 열리는 LoL 최고 권위의 국제 클럽 대항전이자 관중 수 기준 세계에서 가장 큰 e스포츠 대회다.

롤드컵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2018년 대회 이후 5년만, 서울에서 결승전이 열린 것은 9년 만이다.

'롤'은 5명이 한 팀을 이뤄 상대방의 수비를 뚫고 본진 깊숙이 있는 건물 '넥서스'를 파괴하면 이기는 게임으로 '월드컵'에 빗대어 '롤드컵'으로 불린다.

최근의 e스포츠 열풍을 반영하듯 월드컵이 아닌 롤드컵 거리응원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오께 열린 5천명 규모 관람석(스탠딩석 포함)은 경기 시작 1시간여 전인 4시30분께 이미 가득 찼다.

앞쪽에서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오전 6시부터 입장을 기다린 이들도 있었다.

주최 측은 이날 하루동안 약 4만명이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오후 5시30분께 한국 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하고 선수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호명되자 팬들은 응원봉을 두드리며 환호성을 쏟아냈다.

T1 유니폼을 입고 응원봉으로 머리띠를 만들어 두른 유소현(25)씨는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소리 지르며 다 같이 거리 응원을 하고 싶었다.

원래 T1팬인데 직관을 가면 항상 져서 광화문 광장으로 나왔다"며 웃었다.

8시10분께 T1이 세트 스코어 3:0으로 대승을 거두자 광화문 광장은 "T1! T1"이라 외치는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올해 수능 시험을 봤다는 이예지(19)양은 "수능도 끝나 거리 응원까지 나와서 한국 팀이 승리하는 걸 보게 됐다"며 "e스포츠에서는 처음 열리는 거리 응원인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와서 한국의 e스포츠가 정말 많이 발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현수(21)씨는 "부모님 세대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응원을 위해 광화문 광장에 나왔는데 게임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 응원을 나왔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온 우광희(27)씨는 "응원 열기 때문에 날씨가 추운지도 몰랐다.

너무 바랐던 결과인데 이뤄지니 기쁘고 감동적이다.

작년에는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였는데 올해도 결국 중국을 꺾어서 '중꺾마'가 됐다"고 웃었다.

T1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쓴 외국인 팬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독일에서 지난 여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다는 지나 크레츠메어(24)씨는 "가장 처음 알게 된 e스포츠 선수 페이커를 응원하고 있다"며 "오늘 응원 분위기를 보면 한국의 e스포츠 열기는 독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롤드컵에 맞춰 16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광화문광장 일대를 e스포츠와 게임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했다.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결승전 장소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과 거리응원전이 열린 광화문 광장 주변에는 안전요원과 경찰 인력도 배치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