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서울 갤러리 개인전…새 연작 '스파크' 첫 공개

박제 동물에 투명 크리스털을 입힌 '픽셀'(Pixcell) 연작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유명 작가 나와 고헤이(名和晃平.48). 그의 새 연작 등을 소개하는 전시가 22일부터 서울 한남동 페이스 서울에서 시작한다.

회화와 조각, 설치, 무대 디자인, 공연, 건축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는 페이스 서울의 3개 층을 사용한 이번 전시에서 '픽셀' 연작을 비롯해 다섯 개 연작 40여점을 선보인다.

전혀 다른 성격의 연작이지만 모두 그의 작업 세계에서 일관된 화두인 '세포'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세포'에서 뻗어나간 日 작가 나와 고헤이의 연작들
20일 전시장에서 만난 나와 작가는 "이번 전시는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우주의 시각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작품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1994년 조각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 그동안 인간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가장 큰 변화는 정보화가 사회를 뒤덮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정보 중심으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복제양 '돌리'가 나왔죠. 유기적인 생명이 정보화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인간의 사고나 감성을 어떻게 남길 수 있을까 생각하다 찾은 것이 세포(Cell)였습니다.

"
20여년간 계속하고 있는 '픽셀'(Pixcell) 연작은 사물이나 생물 박제를 세포 같은 유리구슬이나 우레탄 등으로 덮은 작업이다.

유리구슬은 그 안에 있는 실제 형태를 모호하게 하거나 변형, 왜곡해 받아들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에서 뻗어나간 日 작가 나와 고헤이의 연작들
"유리구슬(렌즈)을 통해서만 (안에 있는 것들을) 볼 수 있죠. 현대 사회에서는 렌즈가 여러 의미를 지닙니다.

현대인들은 각각의 (카메라) 렌즈를 가지고 다니고 소셜미디어(SNS)로 공유하기도 합니다.

또 렌즈를 통해 감시받기도 하죠."
전시장 2층에서는 닭과 의자, 부엉이와 탁자, 게와 TV처럼 사물과 생물을 조합하거나 어린 시절 쓰던 카세트 플레이어처럼 개인의 기억과 관련된 사물을 이용하는 식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픽셀'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장 1층에 놓인 '바이오매트릭스' 연작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세포의 순환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평소 자연광이 들어오는 전시 공간이지만 이번에는 빛을 모두 차단하고 어두운 공간을 연출했다.

전시장 바닥에 불 켜진 격자 모양의 구조물에서는 느린 속도로, 그러나 끊임없이 실리콘 오일의 거품이 생성됐다 사라지길 반복하며 보는 이의 호흡을 가다듬게 한다.

바이오매트릭스 속 거품이 중력을 거스르며 위로 솟구친다면 함께 1층 전시장에 놓인 '에테르'(Ether) 연작은 반대로 중력에 따라 아래로 떨어지고 바닥에 닿아 튀어 오르는 액체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3층 전시장에서는 새 연작 '스파크'(Spark)를 처음 공개한다.

언뜻 성게 같기도 하고 바이러스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스파크 연작은 탄소섬유 막대(Carbon Fiber Rod)에 검은색 벨벳을 입힌 것으로, 세포 운동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형상화했다.

같은 전시장의 '리듬'(Rhythm) 연작은 3D 레진을 벨벳으로 덮은 여러 모양의 오브제를 평면 위에 배열한 것으로, 알 수 없는 생물이 스멀스멀 자라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작가는 "(함께 놓인) 스파크 연작이 균열과 비평화적인 상태를 의미한다면 '리듬' 연작은 고요와 평화를 상징한다"면서 "스파크 연작은 리듬 연작과 연동된 메타버스 같은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1월6일까지.
'세포'에서 뻗어나간 日 작가 나와 고헤이의 연작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