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전설' 거장 4인방의 묵직한 멋, '오래된 미래'를 보여주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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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재즈쿼텟 공연 리뷰
이정식, 김희현, 장응규, 양준호 등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처음 뭉친 쿼텟
한국식 재즈의 특별한 해석으로 관객 매혹
평균 나이 64세의 저력…다양한 레퍼토리 선보여
이정식, 김희현, 장응규, 양준호 등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처음 뭉친 쿼텟
한국식 재즈의 특별한 해석으로 관객 매혹
평균 나이 64세의 저력…다양한 레퍼토리 선보여
!['재즈의 전설' 거장 4인방의 묵직한 멋, '오래된 미래'를 보여주다 [리뷰]](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121058.1.jpg)
19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펼쳐진 서울재즈쿼텟 콘서트에서 멤버들은 정통 재즈의 진가를 들려줬다. 화려한 즉흥 연주와 현란한 기교 없이 재즈 본연의 흥취를 끌어냈다. 20여년 넘게 켜켜이 쌓인 재즈 내공은 10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킨 노포(老鋪)의 맛처럼 묵직했다.
서울재즈쿼텟은 1990년대 후반 해체했다. 멤버들은 각자의 밴드에서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조용필, 이승환, 김현철,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신승훈 등 가요 음반 곳곳에 재즈 선율을 선보였다.
오랜 내공 덕에 이날 연주는 간결했다. 김희현의 드럼 솔로로 시작된 무대는 장응규의 베이스가 깔리고, 그 위에 양준호의 청아한 피아노 선율이 쌓였다. 음악의 기반이 닦이자 이정식의 색소폰 연주로 정점을 찍었다. 우직한 연주였다. 잔기술을 선보이지 않고, 강약 조절과 리듬 변주만으로 연주의 박진감을 더했다.
공연의 숨은 맛은 한국식 재즈에 있었다. 서울재즈쿼텟은 이날 자작곡 '송 포 마이 프렌즈'를 초연했다. 이어 'K 블루스', '뱃노래 변주곡' 등을 들려줬다. 국악의 가락을 재즈로 탈바꿈한 레퍼토리였다. 색소폰은 소리꾼이 창을 하듯 들렸다. 베이스는 징 소리처럼 묵직한 저음을 뿜어냈다. 드러머 김희현은 판소리의 고수처럼 박자를 탔다. 이들을 엮어주는 피아노 소리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서울재즈쿼텟이 재해석한 재즈는 모방에 그치지 않았다. 재즈 악기로 국악기 소리를 따라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재즈 리듬에 덧씌웠다. 한 분야에 오랜 세월을 쏟아부은 거장들의 연주다웠다. 하나에 통달하니 다른 장르를 개척하는 것도 자유로웠다. 한국 재즈의 '오래된 미래'를 선보인 셈이다.
!['재즈의 전설' 거장 4인방의 묵직한 멋, '오래된 미래'를 보여주다 [리뷰]](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121048.1.jpg)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