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고 소주 뚜껑 던져봐요"…성수동 한복판에 무슨 일이 [송영찬의 신통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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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MZ' 공략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맥키스컴퍼니가 지난 17일 성수동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 ‘플롭 선양’이다. 플롭 선양은 ‘고래가 선양에 빠졌다’는 콘셉트 아래 방문객들이 소주 ‘선양’를 상징하는 고래를 만나는 여정을 떠나는 스토리를 따라가도록 만들어졌다. 선양 소주의 병뚜껑 모양 배를 타고 건너온 방 안에 짙은 푸른 천을 흔드는 바람이 불어오고, 이어지는 공간엔 푸른 모래사장이 있는 식이다.
대전권 넘어 '수도권 MZ' 노린다

맥키스컴퍼니는 이번 팝업스토어를 계기로 수도권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공략 최전선의 상품은 지난 3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뉴트로(새로운 복고)’ 콘셉트로 출시한 선양이다. 지난 1974~1993년 생산된 ‘선양 소주’의 제품명을 활용하는 동시에 맥주처럼 병따개로 따는 뚜껑인 ‘크라운캡’을 채택했다. 옛 선양 소주의 모습을 구현해내기 위해서다. 소주 병도 기존 주력 상품인 ‘이제우린’과 달리 투명한 병을 사용했다.

성수동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눈에 띄는 팝업스토어 모양으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선양소주 관계자는 “오픈 후 3일 간 유럽 국가 여행객들이 유난히 많이 찾았다”고 밝혔다.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페루인 관광객 니콜 라토레스(26) 씨는 “별다른 계획없이 성수동을 걸어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왔다”며 “두 달 반 동안 한국을 여행 중인데 소주 팝업은 처음 봐서 신기하다”고 말했다.
'난공불락' 수도권 소주 시장 공략 성공할까

지역 업체인 맥키스컴퍼니가 수도권 공략에 나선 이유는 지역 시장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때 각 지역의 맹주로 이름을 떨치던 지역 소주업체들은 ‘자도주 의무구매제도’가 사라지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자도주 의무구매제는 지역 소주 육성을 위해 도매업자들이 지역 소주를 50% 이상 구매하도록 규정한 제도다. 하지만 지난 199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정으로 폐지됐다.
지역 소주 시장은 무한경쟁으로 전환된 이후 자본력과 강력한 유통망을 기반으로 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 수도권 회사들에게 안방을 내주기 시작했다. 중장년층과 달리 청년층에겐 애향심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컸다. 희석식 소주 특성상 제품 차별화가 어렵다는 점도 발목을 잡았다.

수도권 시장에선 업소용보다는 가정용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대형 주류 업체들에 비해 외식 업계에 대한 유통망과 영업 기반이 약한 만큼 가정용 시장을 먼저 노린다는 판단이다. 맥키스컴퍼니 관계자는 “이미 홈플러스 전 점포에 입점하는 등 수도권 가정용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며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바이럴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마했다.
송영찬/황동진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