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공개한 현수막은 청년에 대한 편협하고 삐뚤어진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30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일환으로 만든 현수막에는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이 적혀 있다. 공동체 미래에는 담을 쌓은 채 오로지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존재로 청년들을 낙인찍었다. ‘정치는 우리가 할 테니 너희는 돈에만 관심 가지면 된다’는 싸구려 선민의식과 오만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60대, 70대는 투표 안 하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라고 노인을 폄하한 정당이 이젠 청년을 비하하고 있다.

민주주의 발전의 기본 전제는 주권자의 적극적인 참여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고,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주권자의 소중한 권리다. 포퓰리즘을 구별해내기 위해서라도 경제의 기본 원리를 몰라선 안 된다. 주권자의 권리를 위해서라도 정치·경제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해야 정상인데 민주당은 온갖 달콤한 말로 청년들을 꼬드기고 있다. 말로는 ‘참여’를 떠드는 정당의 기막힌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주인이기를 포기하고, 피동적으로만 살아가라는 전체주의적인 인식이 깃든 것 아닌가라는 의심마저 든다.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라는 문구는 청년들의 비혼(非婚) 풍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하나 비아냥으로 들린다.

청년들을 위한다는 민주당이 상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관련 정부 예산 3000억원 중 약 80%인 2382억원을 칼질해 단독 의결한 것도 자가당착이다. 삭감하려는 예산은 ‘일 경험 지원’ ‘니트족(NEET: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취업 지원 사업’ 등으로, 청년 41만 명이 받을 혜택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사회적경제법, 청년 내일 채움 공제 등의 예산 증액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따른 보복성 삭감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장기 일자리 창출과 거리가 먼 것을 삭감 이유라고 했다. 그래 놓고 이재명 대표가 주장한 ‘3만원 청년 패스’ 2900억원은 상임위에서 새로 책정했다. 이 예산이 대체 일자리 창출과 무슨 관련 있나. 청년 예산마저도 내로남불로, 무책임한 청년팔이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