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파워트레인·시트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가 유럽 최대 완성차업체인 폭스바겐그룹에 변속기를 공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트랜시스, 폭스바겐 변속기 뚫었다
지난해 말 글로벌 4위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변속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새로운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것이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의 해외 수주가 늘면서 현대차·기아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는 폭스바겐그룹과 다년간 변속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최근 중·대형 내연기관 차량에 부품 공급을 시작했다. 변속기는 자동차 엔진의 동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이 회사 주력 제품이다. 엔진의 부하를 막고 연료 효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현대트랜시스가 폭스바겐그룹에 변속기를 납품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계약 금액은 수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계약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난해 12월 스텔란티스와 7000억원 규모의 변속기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다시 한번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운전자 안전과 직결되는 변속기는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장기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는 변속기를 포함한 파워트레인과 차량용 시트를 생산한다. 특히 변속기는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 전동화에 이르는 풀라인업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구축하고 있다. 이 회사는 파워트레인 부문이 전체 매출의 65%, 시트가 35%를 차지한다. 파워트레인 부문에서 여전히 현대차·기아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최근 들어 공격적인 해외 수주에 나서면서 그룹 매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로부터의 수주도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 들어 3분기까지 해외에서 85억7000만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연초 목표치(53억6000만달러)를 60% 초과 달성한 것이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케피코 등도 해외 업체와 잇따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매출 비중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외부 매출의 증가세가 향후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꾸준히 부품 계열사에 체질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강조해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평가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