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업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열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실망스러운 수익률과 정치적 논란으로 올해만 ESG 관련 펀드에서 140억달러(약 18조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투자리서치그룹 모닝스타 집계를 인용해 올해 들어 ESG 관련 펀드 순매도 규모가 14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ESG 관련 펀드 잔액은 2990억달러(약 387조63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WSJ와 모닝스타의 분석에 따르면 ESG 영향력을 평가하는 지속가능 펀드 32개의 상품이 올해 없어질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5개 이상 펀드가 ESG 관련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ESG 테마 상품이 외면받는 이유는 낮은 수익률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2017년 이후 5년간 미 ESG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6.3%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시장 벤치마크(기준) 수익률 연 8.9%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자산운용사 퍼시픽파이낸셜은 올해 초 1억8700만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3개 뮤추얼 펀드 이름에서 ‘지속가능성’을 없앤 결과, 운용 자산이 오히려 급증했다. 론 라이스 퍼시픽파이낸셜 마케팅 부사장은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전문가들의 ESG 투자 수요가 예상에 못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ESG 회의론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상원에서 공화당은 지난 3월 연기금의 ESG 투자를 막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미국 노동부가 2021년 도입한 ‘퇴직연금 수탁사의 투자 결정 시 ESG 요소 고려 의무화’ 지침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뜻을 이루진 못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