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과 영국이 조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거란 기대감이 시장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물가 상승률이 눈에 띄게 둔화했고, 소비와 생산 등 경제 지표가 악화하면서 완화적 통화 정책을 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FT에 따르면 시장에선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이 내년 6월께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추가 긴축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고, 내년 최소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ECB는 10차례, BOE는 1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최근 동결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ECB와 BOE의 피벗(pivot·통화 정책 전환) 시점을 각각 2024년 9월, 2025년 초로 제시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금리 인하 논의는 “완전히 시기상조”라고 했다.

한 달 새 분위기가 뒤바뀐 건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올해 EU와 유로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8%(9월 전망치)에서 0.6%로 내려 잡았다. 영국의 소매판매(소비 지표·10월 기준)는 전월보다 0.3% 감소해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유로존 산업생산(생산 지표·9월 기준)은 전월 대비 1.1% 감소하며 시장 전망을 밑돌았다.

인플레이션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1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인 2.9%(전년 동월 대비)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영국의 CPI 상승률도 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미국 자산운용사 티로프라이스의 토마스 비엘라데크 이코노미스트는 “BOE는 아마 (내년) 5월쯤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