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이 같은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현재 복지포인트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이 줄줄이 세금 환급을 요구할 수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행정1부는 최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대전세무서를 상대로 낸 근로소득세경정청구 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경정청구란 세금을 과다하게 냈을 때 추가로 납부한 금액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절차를 말한다. 현재 벌어지는 복지포인트 관련 소송들은 기업이 임직원을 대신해 근로소득세 명목으로 원천징수한 세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코레일은 2007년부터 복지후생 규정에 따라 모든 임직원에게 매년 1월 1일 복지포인트를 지급했다. 임직원은 복지포인트를 사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쓰거나, 복지카드를 이용해 물건을 우선 산 뒤 구매에 쓴 복지포인트만큼의 돈을 환급받았다. 매년 12월 20일까지 쓰지 못한 복지포인트는 자동 소멸했다.

코레일은 2015년 선택적 복지제도를 도입하면서 복지포인트를 단체상해보험 등 보험료 지급에 강제적으로 사용되는 ‘기본항목’과 건강관리 및 자기계발 등에 쓰이는 ‘자율항목’으로 구분해 지급했다. 코레일은 자율항목 복지포인트만 과세 대상인 근로소득으로 판단하고 이를 원천징수해 그해 근로소득세를 납부했다.

하지만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코레일은 이 판단을 근거로 “2015년 원천징수한 자율항목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과세 불복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1심에선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코레일의 복지포인트는 임금은 아니지만 더 넓은 개념인 소득세법상 급여에는 해당한다”며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 외에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한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복지포인트는 복리후생에 관한 근로 조건에 해당하나 사용·처분 권한이 상당히 제한된다”며 “근로소득으로 분류되는 급여를 받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전세무서는 판결에 불복해 지난 16일 상고했다.

민경진/곽용희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