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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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월가)에서 미국의 소프트랜딩(연착륙)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식 시장에 다시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대표 벤츠마크인 S&P500 지수는 2.2% 상승한 4514.02에 마감했다. 2020년 6월 이후 3주간 상승 폭으로는 최대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지수는 5.4%나 급등했다. 이달 러셀 2000지수 상승률은 S&P500을 넘어섰다.

현재 많은 투자자는 소비자 지출의 급격한 둔화나 노동력의 급격한 위축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미국 중앙은행(Fed)가 내년 금리 인하를 시작할 만큼 충분히 경기가 냉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WSJ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살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베스코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알레시오 드 롱기스는 "우리는 '미니 골디락스(성장 속 물가 안정)' 시나리오를 예상한다"며 "연착륙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가 커지는 건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가 전반적으로 좋았기 때문이다. 10월 근원 소비자물가(CPI) 상승률(4%)은 2년 여만에 가장 낮았다. 물가가 잡히는 와중에도 일자리는 더 늘었고, 경제 성장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분기 4.9%일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커지는 美 '연착륙' 기대감…월가서도 "주식 더 사라"
S&P500 기업들의 3분기(7~9월) 순이익이 1년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말 S&P500 지수가 4700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채 금리도 떨어졌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441%로 하락했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 금리가 하락했다는 건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한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수요가 늘었다는 얘기다.

경제 자문 회사인 스트레이리플렉션스의 창립자인 자와드 미안은 "미 중앙은행(Fed)이 내년에 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주식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던 일부 투자자들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연착륙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업 수당 신청 건수가 늘었고, 소매 업체들이 다소 위축되고 있어서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의 더그 맥린런 CEO는 미국이 앞으로 몇 달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겪을 수 있다고 지난 16일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많은 투자자는 브렌트유 가격이 최근 9월보다 17% 떨어지는 등 유가가 하락한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유가가 하락해 물가가 낮아지면 소비자의 지출이 늘 수 있다. 반면 전 세계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둔화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로스마크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빅토리아 페르난데스는 "현재 연착륙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며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