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열풍 시들…美 올해 18조원 팔아치웠다
미국 월스트리트(월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열기가 시들해 지고 있다. 실망스러운 수익률과 정치적 논란으로 올해에만 ESG 관련 펀드에서 140억달러(18조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리서치그룹 모닝스타 집계 기준 올해 들어 ESG 관련 펀드 순매도 규모가 14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련 펀드 잔고는 2990억달러(약 387조63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 속에서 수익률이 낮은 ESG 테마 상품에 대한 투자 매력도 사라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올해 3월 미국 공화당이 연기금의 ESG 투자를 막는 결의안을 상원에서 통과시킨 영향이 컸다. 미국 노동부는 2021년 퇴직연금 수탁사가 투자 결정 때 ESG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침을 만들었지만, 올해 정치권의 반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퍼시픽파이낸셜의 마케팅 부사장인 론 라이스는 "미 노동부의 ESG 규정에 대한 법적 분쟁이 펀드 인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퇴직연금을 운영하는 전문가들의 ESG 투자 수요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초 퍼시픽파이낸셜은 1억8700만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3개의 뮤추얼 펀드 이름에서 '지속가능성'을 없앴다. 이후 이 펀드의 운용 자산은 되려 급증했다고 라이스 부사장은 전했다.
ESG 열풍 시들…美 올해 18조원 팔아치웠다
WSJ와 모닝스타가 함께 분석한 자료에서는 ESG 영향력을 평가하는 지속가능 펀드 32개의 상품이 올해 없어질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5개 이상 펀드가 ESG 관련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ESG 펀드는 그동안에도 낮은 수익률로 논란이 되어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2017년 이후 5년간 미 ESG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6.3%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시장 벤치마크 수익률은 연 8.9%를 기록했다.

정치권에서 ESG 회의론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그린 워싱'(친환경인 척 위장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공화당 내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플로리다 퇴직연금의 ESG 요소 반영 금지 결의안을 채택했고, ESG 투자에 적극적인 블랙록에 위탁해 운용하던 자산 20억달러를 회수하기도 했다. 인도계 정치 신인인 비벡 라마스와미 전 로이반트 사이언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ESG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